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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앤박 Feb 02. 2023

2월이다!




2월이 시작되었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이지만, 2월이 되면 내 마음에는 벌써 새봄이 찾아와 자리를 잡는다. 봄을 알리는 입춘, 우리 부부의 생일이 모두 2월에 있다. 2월이 되면 예뻐지고 싶어 진다.


언제나 봄이 되면 생각나는 옷이 있다. 겨울을 지나 새봄을 알리는 개나리꽃 같은 투피스다. 꾸미지 않아도 젊음 그 자체만으로 예쁜 20대, 은행에 입행하여 본점에서 근무할 때였다. 대로변을 건너서면 패션의 거리 명동이다. 2월이 시작되면 두툼한 겨울 코트를 벗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것처럼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을 조금이라도 빨리 느끼고 싶었다. 친구와 나는 곧 다가올 봄을 맞이하기 위해 명동거리를 걸었다. 


당시 명동의 중앙 거리에는 구두(금강제화, 에스콰이어 등) 매장과 여성 기성복 매장들이 명동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여성 패션을 리드했던 논노 패션도 명동에 자리하고 있었다. 아직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의 쇼윈도에는 새봄을 알리는 파스텔톤의 옷들이 우리 눈을 유혹하고 있었다. 이미 늘씬한 마네킹의 몸은 봄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손짓에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갔다. 종류별로 다양한 색상의 옷들이 줄을 서듯이 일렬로 나란히 걸려 있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내 눈에 딱 들어오는 것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 매장 안으로 들어올 때 보았던 바로 그 투피스였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색상과 디자인이었다. 고지식해 보이는 나의 이미지를 조금 부드럽게 해 주면서 깔끔해 보이는 정장이었다. 어느 자리에 입고 가더라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사이즈를 찾기 위해 살피고 있는데 점원이 다가왔다. 

"이 옷 입으시면 정말 예쁠 거예요. 봄부터 초여름까지 입을 수 있고 색상과 무늬가 고급스러워요. 오랫동안 즐겨 입으실 수 있어요. 사이즈 찾아드릴까요."

점원의 안내에 따라 옷을 들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내 옷처럼 딱 떨어지는 느낌, 너무 맘에 들었다. 친구도 점원도 모두 잘 어울린다고 말해 주었다. 더 돌아볼 것도 없이 그것으로 정했다. 


옷을 사고 보니 하루속히 겨울옷을 벗어던지고 새 옷으로 갈아입고 싶어졌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다. 2월 말 토요일, 회사 동료의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다. 아직은 날씨가 차갑게 느껴졌지만, 따스한 햇살이 비치는 오후이기에 과감하게 투피스를 입었다. 밖으로 나가려는데 엄마가 말씀하셨다.

"조금 이르지 않을까. 겉에 코트라도 걸치는 것이 좋을 듯한데..."

'청춘이지 않는가. 이 정도 날씨에 코트는 무슨, 괜찮을 거야.' 생각하며 투피스만 입고 결혼식장으로 갔다. 직장 선배의 결혼식이다 보니 하객 대부분이 은행 직원들이었다. 매일 똑같은 유니폼 입은 것만 보다가 사복 입은 여직원들의 모습을 본 동료들이 여기저기서 한 마디씩 말한다. 

"와! 우리 여직원들이 이렇게 예뻤나? 예쁜 여자들은 다 여기 모였네."


그날 이후 난 특별한 모임이 있을 때마다 그 옷을 입었다. 한 벌의 투피스지만 치마와 재킷을 다른 것과 코디해서 입으면 전혀 다른 느낌의 옷으로 탄생했다. 검정 재킷이나 스커트와 매칭해서 입을 경우 센스 있는 옷차림이 되어 한 벌로 여러 벌의 효과까지 누렸다. 결혼 후에도 그 옷은 오랫동안 나의 옷장에서 사랑받는 옷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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