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했다. 여성가족부 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실시한 고위관리자 과정을 통해 만난 친구들이다. 5년 정도 이 모임의 사무총장을 맡으면서 다양한 활동을 했다. 그중에서 몇몇의 지인들과 매월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서로 직장도 나이도 다르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열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친구들이다. 이제 조금씩 은퇴시기가 다가오면서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 고민과 두려움, 내려놓음에 대한 생각들이 많아지는 듯하다.
어느 모임이나 그러하듯이 매 모임에는 각자의 사정에 따라 늘 한두 명이 빠지게 마련이다. 코로나로 식사 자리를 잡기도 쉽지 않았다. 그사이 지방으로 근무지가 변경되거나 직장을 그만둔 친구도 있었다. 가능한 지방에서 근무하는 친구들이 편히 올 수 있도록 금요일을 만남의 날로 잡았다. 1월에는 반포 고속버스터미널이 있는 파미에스테이션 에토레(ETTORE)에서 6명이 모였다. 지난여름 이후 7개월 만이다. 올해부터 분기에 한 번씩 식사하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오프라인 모임을 하기로 했다.
1월에는 <만일 내가 인생을 다시 산다면 / 김혜남>을 읽었다. 이번 책은 친구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 모양이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이제 하나씩 내려놓아야 하는 시기를 의식하면서 자신이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하게 만든 것 같다. 아직 현직에 몸담고 있지만, 점점 다가오는 은퇴 이후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과 걱정을 토로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며 누구에게도 쉽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지 않은 것이기에 더 그렇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고 하지만 정작 자신에게 닥치지 않으면 그 상황을 안다고 말할 수 없다. 그 마음이 어떠한지 이해할 수 없다. 특히 오랜 세월 일을 했던 사람들이기에 하던 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의 마음은 여러 생각으로 복잡하다. 과오 없이 잘 마쳤다는 감사함과 알 수 없는 허전함, 홀로 뒤처질 것 같은 상실감을 느낄 수도 있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친구들은 은퇴 후 평안해 보이는 내가 부럽다고 했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마치 호수 위의 백조 같은 모습처럼 보이나 보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 나도 호수 밑에서 열심히 발길질을 했다. 친구들과 비슷한 고민을 하며 조금씩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고 싶은지 계속해서 물어본다. 그리고 지금도 그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은퇴후의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