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 (配慮) - 도와주거나 보살펴 주려고 마음을 씀
배신 (背信) - 믿음이나 의리를 저버림
<국어사전>
점심을 먹고 호수 공원을 걸었다.
따뜻해진 날씨에 겉옷을 가볍게 입었다. 추위를 타는 내게 남편이 조끼를 입을 것을 권했다.
"걷다가 더우면 가방에 넣으면 되잖아."
백팩에 책과 아이패드를 넣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선 지 20분쯤 되었을 때 덥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으로 걷기 전에 조끼를 벗어야겠다 생각했을 때 오른쪽 방향으로 평상이 놓여 있었다. 남편에게 가방을 받아 조끼를 벗어 접어서 가방에 넣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남편이 내게 말했다.
"이것은 조끼에 대한 배신이야. 함께 가야지."
"조끼가 중요한가? 내가 중요하지. 조끼는 날 위해 있는 거잖아요."
공원을 걷고 나서 우리는 스타벅스로 가서 차를 마시기로 했다. 책도 읽고 조금 쉬었다 집으로 가기로 했다. 구름다리를 건너 호수 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그런데 잠시 후, 남편이 앞쪽에 있는 빈 의자로 향하더니 가방을 내려놓았다.
"왜요?"
"조끼 벗으려고."
"아니, 아까 나보고 조끼에 대한 배신이라며."
"아니지, 조끼를 위한 배려야."
"배려?"
"그럼! 조끼에 땀이 배면 조끼에게도 나쁘니까."
갑자기 어이가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이 아닌가.
남편은 조끼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이고, 나는 내 입장에서 말한 것이기에 조끼 입장에서 보면 배신이란다.
우리들의 오해들은 대부분 내 입장만을 고수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누구의 입장에서 보느냐에 따라 말과 행동이 달라진다는 것을 조끼 하나로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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