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지인에게서 예스24에서 책을 구입했노라는 연락을 받았다. 늘 내 옆에서 사랑으로 든든하게 응원하고 있는 그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나는 왜 에세이가 쓰고 싶었던 걸까?
34년 동안 한 직장, 은행이라는 보수적인 회사에서 근무했다.
퇴직 6개월 전에 명퇴를 결정했던 동료들도 있었지만, 나는 은퇴하는 그 순간까지 지점장으로 고객들을 만나고 지점을 살피며 직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췄다.
사직서를 제출하기 전 일주일 동안은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명예퇴직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임금피크제로 계속 근무할 것인지 선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고민하는 시간이었다. 나의 관심은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래서 내린 결정이 명예퇴직이었다. 혹시라도 나의 결정을 번복할까 봐 결심이 선 금요일 새벽 일찍 목욕을 하고 회사로 출근했다. 사직서를 쓰고 가족들과 가까운 지인에게 카톡으로 나의 결정을 전했다. 사직서를 제출하고도 진행하고 있던 큰 대출건이 있어 본점과 현장을 오가며 일을했기에 나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없었다. 떠나는 나보다 남게 되는 직원들을 위한 마지막 나의 선물이었기에 나는 끝나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연말을 보내고 퇴직을 하기까지 한 달, 그 한 달이 은퇴 이후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당장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1년 먼저 퇴직한 남편은 일본으로 공부를 떠난 상태였기에 허전한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차분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보다 매일 무엇인가에 몰두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 오랫동안 활동하던 외부 모임과 배움을 찾아 끊임없이 밖으로 나섰다. 그러나 나의 허전함은 채워지지 않았고 어딘지 모르게 비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코로나가 전 세계를 휩쓸었고 집에 묶이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혼자만에 시간이 찾아왔다.
은퇴 후, 무너져 버릴 것 같은 나를 세우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작성했었다. 그중에 하나가 자서전 쓰기였다. 오래전부터 생각해 온 것으로 나의 경험과 어떤 마음 자세로 34년의 직장생활을 해왔는지를 남기고 싶었다. 꼭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나 자신에 대한 하나의 매듭이며 새로운 출발을 위한 첫걸음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작년 3월부터 시작한 에세이는 짧은 시간의 수업으로는 마무리할 수 없었다. 에세이를 쓰는 과정에서 한동안 글을 쓸 수 없어 속을 태우기도 했다. 초고를 완성하기까지 3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글을 쓸 수 없어 책상에 앉아 컴퓨터 모니터만 바라보고 앉아 있는 날을 수없이 보내고 나서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되자 이삼 일씩밤을 새우며 글을 썼다. 글이 써내려 갈 때는 내가 쓰는 것이 아니라 손이 쓰고 있었다. 그렇게초고를 완성하고 퇴고까지 열심히 달렸다. 책표지를 만드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책표지와 글의 연관성을 어떻게 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직장 생활을 주제로 쓴 글이기에 사무실 배경과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에세이 준비를 알고 계신 지인께서 진행상황을 물어 오셔서 조언을 구했다. 지인은 내가 만든 표지에 나무 열매를 그려 넣어 보내주셨다. 34년 동안 열정을 바친 직장에서 열매 맺음을 상징으로 나의 에세이를 응원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전자책 출간 허가를 받았지만, 나는 전자책 출간을 중지했다. 함께 글공부를 하고 있던 지인이 브런치북 작가들에게 기회가 되는 <브런치북 프로젝트>가 곧 시작된다는 소식을 전하며 도전해 보라고 권했다. 기존에 써놓은 글이 있었기에 다행히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고 프로젝트에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꼭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처음 쓴 에세이로 도전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막상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참여할 시기가 되어 두 달 동안 코로나에 걸려 집중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 시간을 기다려왔기에 도전했다. 도전하지 않으면 기회도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덕분에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기대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상 선정되지 않자 마음이 허전해졌다.
지금까지 열심히 쓴 에세이를 어떻게 할까?
내가 왜 에세이를 썼지?
1월을 보내면서 글쓰기에 주저하고 있는 내 모습이 보였다. 지금까지 쓴 에세이를 매듭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입춘이 지나도록 계속 뭉그적거리고 있는 나를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자책 출간을 결심하게 되었다.
막상 전자책 판매 등록을 하고 보니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있다.
최근 <불타는 트롯맨>을 즐겨 보고 있는데 심사위원으로 나온 조항조, 설운도 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실력이 있는 친구인데 너무 잘하려고 하다 보니 힘을 주고 불러서 듣는 사람도 힘들고 노래에 맛이 없다."
인생의 모든 일에는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 막상 잘하려고 힘을 주었을 때 오히려 역효과가 나올 수 있다. '어떻게 힘을 뺄 것인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함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첫 글이라 부족한 부분이 여기저기 보인다. 그래도 용기 내어 글을 선보이는 것은 내어놓지 않으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보이지 않는다. 부끄러운 마음도 있지만 지금의 이 도전이 앞으로 글을 쓰는데 마중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