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치거나 집 안 사람을 호출해야 열리는,
유리문을 하나 지나 문 앞에 도착하여 또 한 번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들어설 수 있는 친구의 집에서
해외를 자주 나가시는 친구의 아버지가 사다 주셨다는
예쁜 조개 모양의 초콜릿을 내어주시는 친구 어머니의 표정에서는
허름해 보이는 이 친구는 내 아들과 그렇게 깊은 사이는 아니겠구나.
혹 그렇다 해도 우리가 가진 고상함과 여유로 이 친구에게 어느 정도의
친절을 베풀어야겠구나 라는 계산 섞인 어색한 웃음이 있었다.
그 경험이 지금 내가 갖고 있는 거주 형태에 대한 가치관을 형성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금도 친구 어머니의 표정보다 초콜릿 박스에 그려져 있는 그림들과
다크와 화이트가 절묘하게 섞여 예쁜 모양들로 들어있던 초콜릿 디자인이
더 기억에 남으니까.
아주 정확하게 이유를 말해보라 한다면
여전히 어떤 경험을 통해 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사는 주거 형태를 싫어하게 되었나
에 대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막연히 어릴 때부터 나만의 공간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꿈을 실행하기 위해 설정해 놓은 시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준비를 마친 것이 아닌
그저 혼자 설정해 놓은 시간만 가까워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