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나 자신에게 어떤 결핍이 있는지,
어떤 배움이 필요하며 근 미래에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등을 정리하는 시간이 내겐 여행이고
어떤 모습이 가장 솔직한 나 인지 계속해서 깨닫고
작품에 가장 큰 영감을 받는 시간이 누군가를
사랑하는 동안이다.
언제부턴가 그 시간들은 멈춰있었고
협심증인가 싶을 정도의 답답함이 풀리지가 않았다.
내 사람들에게 얻는 힘이 크면서도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고 어떤 일을 해도 기쁘지가 않았다.
당장 먹고사는 게 힘든 사람들 앞에서 내 답답함은
가벼운 투정으로 치부될 뿐이었지만,
나는 저 감정과 감성들을 느끼고 흡수해
종이 위에 옮겨야 먹고사는 사람이기에
방향을 결정하지도, 어떠한 영감도 받지 못해
아무런 것도 그려내지 못하는 시간은
결국엔 목숨이 달린 일이었다.
커피숍에 앉아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식을 만큼의 시간 동안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과 눈 속으로 들어오는 수많은
장면들이 내게 어떤 평온함과 안정감 그리고 그려내고픈
수많은 아이디어들을 주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비싼 브랜드 커피나 마시며 허세나 부리는 것으로 생각
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자신이 설정해 놓은 가치와 기준으로
타인의 힘듦을 판단하는 건 정말 잘못된 일이다.
그리는 사람이 그려내지 못하는 것은
방금 전까지 말을 잘하던 사람이 벙어리가 된 답답함 만큼이나
고통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