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29

by Noblue

지옥을 걷고 있다면 계속 걸어가라 라는 말.


적응의 동물답게 처음엔 당황하다가 어느샌가

좀 지루하다고 느끼다가 그러다 계속 걸으면서

아 저쪽의 지옥불은 색이 예쁘네, 이번길은

지난번 보다 땅이 푹신하네 하며 걷는다.


급하게 탈출하려 무리한 빠른 걸음을 하던 속도가 줄고

아주 가끔은 뒤따라 오는 사람을 위한 이정표도 만들고.


처음보다 덜 당황스럽게 느껴진다는 이유로

이곳에 머물진 않겠지만, 걸음을 멈추진 않겠지만


여전히 불쑥 솟아나는 새로운 관문들에 놀라기도 하지만

걷고 있다 나는.


월세가 밀려도 쫓겨나지 않았고

핸드폰이 끊겨도 인터넷은 쓰고 있고

클라이언트의 전화를 못 받아도 어떻게든 미팅은 하는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두근거리는 지옥길.


넌 지옥에 얼마큼 적응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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