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어두운 터널 속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머리로는 살고 싶다,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자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자
따위의 생각조차 할 힘도 남지 않아서
특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자존심 때문이 아닌
그 누군가에게 부담 혹은 피로감을
준다는 생각과 미안함이 쌓여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가장자리 모서리 늪에
한없이 잠식되어 갈 때
우리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괜찮아? 지금 집이야?
같은 질문조차 하지 않고 나를 찾아와 밖으로
끄집어내 입 안에 밥을 밀어 넣는 단 한 사람과
그 사람의 손에 붙잡혀
못 이긴 척 다시 내미는 밖으로의 딱 한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