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2

by Noblue

깊고 어두운 터널 속의 시간이

예상보다 길어지면

머리로는 살고 싶다, 부정적인 생각을 지우자

차분하게 마음을 다스리자

따위의 생각조차 할 힘도 남지 않아서


특히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자존심 때문이 아닌

그 누군가에게 부담 혹은 피로감을

준다는 생각과 미안함이 쌓여


깊고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가장자리 모서리 늪에

한없이 잠식되어 갈 때


우리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괜찮아? 지금 집이야?

같은 질문조차 하지 않고 나를 찾아와 밖으로

끄집어내 입 안에 밥을 밀어 넣는 단 한 사람과


그 사람의 손에 붙잡혀

못 이긴 척 다시 내미는 밖으로의 딱 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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