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와 작품의 주제를 온전히 담아낸 숨은 주인공
모노노케 히메 もののけ姫 (1997)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음악: 히사이시 조
줄거리
일본의 무로마치 시대, 야마토 왕조와의 싸움에서 물러나 북쪽 끝에 숨어 지내고 있는 '에미시족' 마을에 어느날 거대한 멧돼지 재앙신이 습격해 온다. 에미시족 왕가의 청년인 '아시타카'는 마을을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재앙신을 죽이고 그 대가로 죽음의 저주를 받게 된다. 저주를 풀기 위해 여행을 떠난 아시타카는 '지코보'라는 승려를 만나 불로불사의 '시시신(사슴신)' 에 대해 듣게 되고, 시시신가 살고 있다는 숲을 향해 길을 떠난다. 여행 도중 들개 ‘모로' 일족에게 습격을 받고 계곡으로 떠내려온 소몰이꾼들을 구한 아시타카는 그 곳에서 부상당한 모로와 '모노노케 히메'라 불리우는 '산'을 만나지만, 산은 아시타카에게 숲을 떠나라고 경고한 뒤 사라진다. 숲속에 자리잡고 있는 타타라 마을에 도착한 아시타카는 그곳의 지도자 '에보시 고젠'을 만나는데, 그녀가 바로 멧돼지를 화포로 쏘아 재앙신으로 변하게 한 장본인임을 알게 된다. 그러나 갈곳 없는 유랑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하기 위해 숲을 개간한다는 에보시를 두고 아시타카는 갈등한다. 그때 '산'이 타타라 마을을 습격하고 에보시와 사투를 벌인다. 아시타카는 이 둘의 싸움을 말리고 부상당한 몸으로 산과 함께 타타라 마을에서 나온다. '산'은 자신을 구하다 심하게 부상당한 아시타카의 생사를 시시신에게 맡기고, 시시신는 아시타카의 상처만을 치료해준다. 한편, 불로불사의 힘이 있다는 시시신의 목을 빼앗으려는 인간들과 에보시 일당이 숲을 공격하고, 옷코토누시가 이끄는 멧돼지 대군은 에보시가 이끄는 인간들이 설치한 폭약에 전멸당하기에 이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옷코토누시는 분노에 재앙신이 되려하고 산과 아시타카는 이를 제지하려 노력한다. 지코보는 시시신의 목을 손에 넣지만 시시신의 분노가 폭발해 숲과 사람들은 위험에 처한다. 산과 아시타카의 노력으로 목을 돌려받은 사슴신은 분노를 잠재우고 모든 것을 다시 자연의 상태로 돌려놓고 사라진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에보시는 새로운 마을을 이룰 것을 선언하고 아시타카는 마을에서, 산은 숲에서 살면서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로 한다.
음악적 특징: 뚜렷하게 구분되는 테마
메인 테마 곡인 The Legend of Ashitaka Princess Mononoke 가 작품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아시타카, 재앙신, 시시신, 타타라 마을로 네 개의 테마로 구분된다.
아시타카 테마는 영화의 시작과 끝, 아시타카와 산이 등장할 때 나온다. 주인공의 영웅적인 모습과, 자연의 웅장함을 같이 나타내기 위해 서양악기를 사용한 교향조의 오케스트라 곡이 연주된다.
산의 테마는 아시타카의 테마에서 현악 파트를 위주로 변주된 형태로, 산과 아시타카가 독대하는 장면에서 연주된다.
재앙신 테마는 재앙신으로 변한 나고신과 옷코토누시가 돌진할 때와 아시타카의 저주받은 팔이 힘이 강해지기 시작할 때 연주된다. 인간과 싸우고 자연을 메마르게 하는 재앙신의 파괴적인 모습을 북과 같이 멜로디가 없는 타악기를 위주로 표현했다.
시시신 테마는 주로 시시신의 숲에서 숲 속 정령인 코다마가 등장할 때와 시시신이 등장할 때마다 연주된다. 현악과 타악이 주를 이루며 피치카토 기법이 사용된다.
타타라 마을 테마는 메인 멜로디가 플룻으로 연주되고, 관악이 주를 이룬다. 타타라 마을의 여인들이 제철 공장에서 일할 때 부르는 노동요는 타타라 마을의 메인 멜로디를 바탕으로 위에 가사가 입혀진 형태이다.
음악적 기법: 서양음악을 기반으로 한 변주와 민속악기, 전자악기의 조화
오스티나토: 기본이 되는 모티브가 반복이되고, 변형이 되며, 그 변형된 모티브와 기존 모티브가 계속 겹쳐지면서 한 테마 안에서 변주가 일어난다.
일본 전통 민요의 5음계 구성: 자연이나 정령에 관한 내용이 나올 때 일본의 민요에 사용되는 5음계 (C-E♭-F-G-B♭-C) 를 사용한다.
미키마우징 기법: 주로 동물들이 달리는 장면에서 달리는 리듬과 일치하는 리듬으로 표현된다.
민속악기, 전자악기의 사용: 자연과 정령, 모노노케 히메의 테마에서 일본 민속 악기가 사용되었고, 재앙신의 공포와 전쟁의 긴장감을 위해 전자악기가 사용되었다.
아시타카의 테마 (메인 테마)
The Legend of Ashitaka / The Journey to The West / The Young Man From The East / The Land of Impure / The Encounter, Will to Live / Princess Mononoke
재앙신의 테마
The Demon God I,II,III / The Demon Power / The Furies / Requiem
시시신의 테마
Kodamas / The Forest of The Gods / San and Ashitaka in The Forest of The Deer God
타타라 마을 테마
Evening at The Ironworks / Lady Eboshi / *Tatara Women’s Song
그 밖의 테마
The Battle Drums / The Retreat / Adagio of Life and Death / The World Of The Dead I,II / Requiem II,III
이미지를 온전히 담아낸 음악: 태초의 형태와 자연의 원초성의 사운드화
- 오케스트레이션, 전자음악, 민속음악의 조화
히사이시조는 서양악기 편성을 기반으로한 오케스트레이션을 바탕으로 잡았다. 그리고 직설적이지 않은 전자음악적 사운드가 자연의 ‘신비’와 ‘공포’를 표현했다.
교향조의 오케스트레이션은 태초의 형태와 자연의 웅대함을 이미지로 보이게 한다. 자연의 공포와 분노를 나타낼 때는 음정이 없는 타악기와 민속악기, 전자음악적 사운드가 사용되는데, 이는 자연의 원초적인 이미지를 보여준다. 음정이 색이라면, 음정이 없는 타악은 모노톤의 배경, 기본이 되는 무언가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면서, 이는 인간보다 먼저 존재하고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한다.
또한 일본 무로마치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인데, 일본 전통 민요의 5음계와 민속악기를 사용하며 토속적인 일본의 색채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작품의 주제를 온전히 담아낸 음악: 입체적인 성격과 가치중립적 태도의 사운드화
- 뚜렷한 테마의 변주와 오스티나토 기법
모노노케 히메는 지브리 애니메이션들 중에서 작품성의 측면에서 고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그 주된 이유는 절대 선도, 절대 악도 없는 자연과 인간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가치중립적인 태도와 현실적인 해결방법인 “이해와 타협”으로 극을 마무리 했다는 점이다.
히사이시조의 음악 또한 작품의 주제를 온전히 드러내는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모노노케 히메의 스토리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초점을 두었다면, 모노노케 히메의 스코어들은 뚜렷한 테마의 변주와 오스티나토 기법으로 각각의 캐릭터들에 부여된 의미와 입체적인 성격을 장면마다 조화롭게 스며들게 만들었다.
즉, 음악적인 측면에서 보면 작품의 주제의식은 뚜렷하게 구분되는 테마를 통해 각각의 인물들이 가진 감정과 생각이 나타나고, 오스티나토와 테마의 변주로 으로 절대선도, 절대악도 아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는 조화를 나타냈다.
또한 영화의 메인 테마곡인 The Legend Of Ashitaka (Ending Theme Song) 로 테마를 종합했는데, 인간을 대변하는 아시타카의 테마와, 자연과 인간 어느 쪽에도 서지 않는 산의 테마, 자연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The Land Of Impure 를 같이 연결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주제의식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그리고 이 곡을 영화 엔딩 크레딧의 가장 마지막에 연주함으로써 The Legend of Ashitaka로 시작하고 The Legend of Ashitaka(Ending Theme Song)으로 영화가 끝나며 스코어 구성이 메인 테마가 뚜렷한 수미상관을 이루게 된다. 작품 전반을 흐르는 메인 테마의 구성을 치밀하게 배치하고, 이를 뚜렷하게 보여주어 곧 영화의 주제 의식도 짜임새 있게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