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끝없이 알아야 하고, 해야 하고, 해내야만 하는 게 잘 사는 방법인 줄 알았던 때가 있다. 칠흑 같던 현재에 허덕이며 실낱같은 행복을 찾던 날들. 감히 "왜?"라는 한 단어조차 던지지 못하고 그저 순응하는 게 다였던, 그게 좋은 거라며 자위하던 날들. 그런 하루가 지날수록 행복이라는 걸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어버렸다.
"소소한 행복? 그딴 건 개나 주라지. 난 크고 확실한 행복이 더 좋은데."
안락한 매트리스에 누워 두 눈을 깜박이다 보면 벌레 같은 잔상들이 눈알 위를 기어 다녔다. 손으로 비벼봐도 꾹꾹 눌러봐도 사라지지가 않던 벌레들. 눈앞이 점점 침침해져 뜨기가 힘들어지면 그제야 전등불을 껐다. 아침 해가 뜰 즈음이면 바깥은 푸르스름한 색을 띠었고 이내 햇살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그 따사로움은 본능적인 것이라 날이 밝아왔음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나는 눈이 멀어버려 그토록 환한 빛을 본 적이 없었다.
어둠, 밤, 겨울, 불안 같은 것들이 내 친구들인데. 얼마 남지 않은 친구도 절교하고 싶은 순간이 왔다. 문득 행복이라는 걸 가지고 싶었다. 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싶었다. 그래서 얘네와 헤어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 있어 행복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닌 것. 살아만 있으면 느낄 수 있는 게 아닌 것. 먼저 열 번 정도 들이대면 한 두 번 봐줄까 말까 하는 그런 애. 까다롭고 대하기 어렵지만 화창하게 웃는 모습이 눈물 나게 아름다운 존재.
그러므로 나는 너를 쟁취해야 한다. 기어코 다가가 굳은 문을 두드리고 애원해야 하는 너. 나를 좀 돌아봐달라고 눈물로 읍소하면 언제든 도망갈 준비가 되어있는 너. 쉬이 얻을 수 없어 자꾸 안달 나게 만드는 너. 기꺼이 품에 안고서도 달아날까 숨 죽여야 하는 너. 꽉 쥐면 쥘수록 더 빠져나가는 그런 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너를 느끼고 싶어.
너를 갖고 싶어.
너를 만날 수만 있다면 이 밤, 이 추위, 이 떨리는 몸을 버티고서 달려갈 거야.
어떻게든 네게 닿고 말 거야.
네가 햇빛이라면 나는 눈이 멀어가도 고개 들어 쳐다볼게.
네가 바다라면 나는 하얀 부표가 되어 둥둥 떠다닐게.
네가 노래라면 나는 매일 잊지 않고 너를 부를게.
네가 달이라면 나는 보이지 않는 뒷모습도 사랑할게.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렇게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