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

1000자 단편

by 녹턴


서울의 중심부, 밤의 거리는 눈부셨다. 우리는 정처 없이 이곳을 떠돌았다.


“그래서, 이곳의 사람들은 하루종일 새빠지게 일을 한다는 거지?”

“그렇겠죠. 이 나라의 중심부나 마찬가지이니까요.”

“이런 것만 보니까 눈이 머는 거지. 과연 이 안에 사는 사람들은 저 빛을 즐길 여유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매일 이런 풍경을 본다면 멈추는 게 더 어려울지도 모르죠.”

“… 그럴지도.”


눈부신 조명들이 도시를 한가득 채우고 있었다. 도심에 가득 찬 빌딩들의 네모난 불빛, 건물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 조명, 차들의 헤드라이트까지. 온갖 화학물질들이 거리를 화려하게 만들었다. 단 하나도 멈춰있는 법이 없었다. 교차로의 신호등은 계속해서 색을 바꾸고, 신호에 맞추어 차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인다. 스크린은 최대한 많은 광고를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영상을 계속해서 바꾼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시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와도 같다.


자동차의 소음, 수많은 사람들이 내는 소리들, 어디선가 들리는 기계의 잡음들. 이것들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다. 끊이지 않는 소리는 내 신경을 곤두세운다. 다리가 자꾸만 꼬였다. 정신을 차리려고 해도, 자꾸만 왼쪽 머리가 아파왔다. 내 머릿속을 쿡쿡 찌르는 칼을 뽑아버리고 싶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이상한 잡음 탓인가. 저 멀리서 들리는 트럭의 경적소리 때문인가. 아니면 그냥 내가 아픈 탓인가. 무거운 발걸음을 떼려 했지만, 중심을 잡기 어려웠다. 제자리에서 헛발질을 몇 번 하고 말았다. 비틀거리던 나를 밀치는 힘을 느낀다. 바로 옆에 누군가가 지나가고 있었다. 검게 칠해진 사람들은 나를 제치고 곧은 걸음으로 나아갔다. 한 번, 두 번. 가만히 서있는데도 사람들은 나를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움직여야 한다. 안 부딪히려면 구석으로 가야 한다. 심호흡을 길게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인파 속에서 빠져나와 근처에 있던 가로등 바로 아래로 자리를 옮겼다.


나를 장애물 취급하던 사람들은 다시 제대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인도 위 무빙워크는 철저하게 돌아갔다. 그런 사람들을 바라보며 홀로 서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가야 할 곳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한 치의 오차 없이 내비게이션에 따라 수백 개의 발걸음이 굴러간다. 신호에 맞추어 걸어간다. 그리고 그들의 길목을 밝혀주는, 내 위에 있는 가로등.


어쩌면 이러다가, 나 홀로 사라져 버려도, 이 대로변은 평소처럼 흘러가지 않을까.



한밤중의 소음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