뚤루즈로 가는 국내선 비행기를 타야해서 작품을 깊이있게 감상하지는 못했지만, 현대미술관의 분위기는 충분히 느끼고 나왔다.
주자창에 세워 둔 가이드 아저씨의 차에서 물이 새고 있었다. 고장이다. 30년째 파리에 살고 있는 가이드 분께서는 매우 난감해하셨다. 가이드 아저씨능 택시를 잡아 기사에게 돈을 주고 우리를 오를리 공항으로 태워달라 하셨다.
계획에 없었던 파리의 택시를 첫 날 타게 되었다.
향수냄새와 담배 냄새가 적당히 섞인 택시였다.
애들은 약간의 멀미를 했지만 곧바로 잠들었다.
슬쩍 보면 영화 <리옹>에 나오는 장 르노처럼 생긴 운전사 아저씨는 운전하는 내내 블루투스 연결된 상태로 전화를 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너무 궁금해서 파파고를 켜 보았다. 음성 입력된 한 문장은 "서류를 사무실에 두고 왔다"로번역되었다.
진짜 그 나라의 언어를 알고 모르고는 천지 차이인거 같다.
운전사 아저씨와 상대방은 계속 대화했다. 대화 사이에 추임새처럼 위.위.위(yes)는 계속되었다. 두 명과 통화를 하더니 세번째 전화를 건 사람이 전화를 받지 않자 라디오를 틀었다.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파리 사람을 제대로 만난 것 같았다.
우리를 태운 택시는 무사히 오를리 공항에도착했다. 짐을 부치고 보딩패스를 받았다. 가방검사대를 지났다. 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잠깐 깜빡했다. 검사하는 여자 직원이 내 가방에서 물통 2개을 꺼내며 "이건 안에 가지고 갈 수 없는데, 혹시 한 모금씩 마실래요?" 라고 물어왔다. 말과표정에서 친절함이 담겨 있었다. 20여년 전 파리를 왔을 때는 파리 사람들은 불친절한다는 이미지를 가졌었는데, 오늘 만난 파리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했다.
오를리공항도 사람들로 붐볐다.
마카롱 가게가 보일길래 애들에게 사줄까 물었더니 싫단다. 약간의 지체도 원하지 않는 아이들. 피곤하긴 한가보다. 빨리 이모집에 가고 싶단다.
뚤루즈로 가는 비행기 탑승 구역은 터미널 1번 B27번이다.1시간 15분 비행 후 동생이 있는 뚤루즈에 도착했다. 조카는 직접 그린 웰컴 포스터를 들고 우리를 반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