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돌아보는 독서 기록 10일 차
9월 13일 금요일
오후 10시 15분
하루종일 흐리고
비도 종종 내렸다.
습도도 매우 높다.
학부모공개수업을 무사히 마쳤다.
홀가분하게 추석 연휴를 시작한다.
루스 렌들의 <활자잔혹극>, 북스피어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책
우연히 독서 관련 까페에서 알게 된 책이다.
첫 문장이 지나치게 강하다.
유니스 파치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
1장을 읽었다.
문맹자가 교육받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조심스레 살아가려 한다면 별 탈없이 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니스 파치먼과 조애 스미스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진 여성이 일요일 저녁, 오페라를 보고 있던 커버데일 가족을 총으로 쏴 죽였다. 이 주 후 유니스는 이 범행으로 체포되었다. 글을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더 깊은 사연이 존재한다.
문득 역사동화 <바람을 달리는 아이들>의 남자 주인공 복남이 생각난다.
복남이도 글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문맹자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거 같다.
이번 연휴에 토지3과 함께 이 책을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오늘 5교시에는 수학 1단원 시험을 봤다.
2학기 첫 단원 시험이니 자신감 뿡뿡 가져보라고, 어려운 문제를 안 냈다.
그리고 교사 입장에서 채점을 좀 편하게 하려고, 서술형도 안 냈다.
그랬더니, 한 아이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았다.
"선생님, 서술형 문제가 없네요. 고맙습니다."
이런 감사인사 반응은 예상 못했다. 어쨌든 칭찬(?)을 들으니 기분은 좋았다.
이게 과연 기분 좋은 일인지는 의문이 들지만 말이다.
추석 명절을 앞둔 금요일이다.
"앗, 오늘 13일의 금요일이다! 선생님, 저 오 시험 못 볼 거 같아요."
라고 말하는 아이들마저 너무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오늘의 영감 문장 : 난 아무것도 쓰지 않고 그냥 살아왔던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다. /박완서
그냥 살아왔던 시간들을 소중하게 여기기로.
간혹 옛 일의 추억을 떠올리며, '왜 기록을 안 했을까?' 하고 아쉬워하며 자책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으로 박완서 님의 말이 내 편이 되어 주리라.
그런데 아무것도 읽지 않아도 되고,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되었을 유니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그녀의 깊은 사연이 궁금하다.
개정판 표지가 강렬하다.
개정판이 매운맛 책이라면 내가 읽고 있는 구판의 표지는 순한맛이다.
#미라클 글쓰기 #함성연구소
#문맹자 #추리 #탐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