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글쓰기 9기 20일차
12월 첫날이다.
올해도 이제 딱 한 달 남았다.
세상의 달력은 12월의 시작을 알리지만 나의 달력은 마무리할 것들이 있다고 알려준다.
토지완독반 토지 7권 마지막 날
오늘 아침 박경리의 <토지> 7권을 완독했다.
줌모임에 참석하고 인상적인 문장을 남기는 인증까지 모두 완료했다.
11월 내향북클럽 마지막 날
방금 한강의 <디 에센셜>을 완독했다.
다음은 <디 에센셜>의 마지막 글, 산문 <출간 후에>의 인상적인 부분이다.
소설이 출간되었다.
더이상 새벽에 일어나 초를 켜지 않아도 된다.
더이상 자료를 읽지 않아도 된다. 검색창에 '학살'이란 단어를 넣지 않아도 된다.
울지 않아도 된다.
산 사람들보다 죽은 사람들을 더 가깝게 느끼지 않아도 된다.
더이상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언젠가 이 소설에서 풀려날 날을 기다리지 않아도 된다.
자유를 얻으면 하고 싶은 일들과 해야 할 일들의 리스트를 늘려가지 않아도 된다.
<디 에센셜> 342쪽
완성하였기에 더이상 이 소설을 포기하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는 작가의 말이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내향북클럽 <디 에센셜> 4주차 생각질문에 대해 답을 해본다.
�4주차 생각 질문 나누기
1) 유년 시절 가고 싶은 혹은 배우고 싶었으나 여의치 않았던 것이 있었나요?
배우고 싶었던 것은 특별히 없는것 같다.
배우고 싶어했던게 있었나? 그것도 기억이 안난다.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초등학교 시절 "배움"에 대한 기억을 나열해보면 이렇다.
모두 어렴풋한 기억이다.
그나마 피아노를 배웠던 기억이 가장 강하다. 옆집 사는 언니가 피아노 전공자였는데, 그 분에게도 배웠고 피아노 학원도 다녔다. 학원 이름도 생각난다. '이화 피아노'
수영장이 귀했던 시절, 지하철 타고 수영 배우러 갔던 기억도 있고
아파트 앞 상가 2층에 주판 학원을 다니다가 주판교육이 사라졌던가.. 해서 그만두었던 기억도 있다.
방문학습지로 수학을 했던 기억도 있고, 서예를 하셨던 엄마 친구분에게 붓글씨 쓰기를 배웠던 기억도 있다.
미술을 전공하고 있던 엄마 친구의 조카가 있었는데, 그 조카(나는 언니라고 불렀었다)가 엄마 친구 집에 같이 살면서 아파트 지하에 화실을 만들었고, 그 화실에서 아이들 몇 명이 모여 언니에게 미술을 배웠던 기억도 있다.
그리고 동네 아이들과 매일 피구하고, 고무줄하고, 롤러스케이트타고, 탁구치고, 배드민턴 치고, 자전거를 탔다. 놀이가 곧 배움이었던 시절이다.
한강님의 피아노 이야기를 읽으면서 초5 딸 3개월만 피아노를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악보보고 계이름 읽기만이라도 능숙하게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2) "그 해는 이런 것들로 요약된다(296p)"문단처럼, 2024년을 요약해볼까요?
2024년의 나
엄마 나 : 고등학생 학부모로, 중학생 학부모로, 초등학생 학부모로 무난했다.
아내 나 : 역시 무난했다. 남편을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뭐라 하지는 않고 적당히 지지해주었다.
교사 나 : 교사 생활 시작한 이래로 최고의 아이들을 만났다.
(TMI : 나랑 같은 생일달 8월에 태어난 아이도, 나랑 같은 성 김씨를 가진 아이도 없는 반이지만 - 처음이다)
독서가 나 : 읽고 쓰고 나누고, 또 읽고 쓰고 나누었다.
원서읽기 모임 리더 나 : 멋진 독서 메이트들과 함께 8번째 원서를 읽고 있다.
글쓰는 나 : 1기부터 9기 챌린지를 했으니 최소 180개의 글을 썼다.
3) 나만의 오래된 습관이나 루틴이 있나요?
아침에 늦잠을 안 잔다.
남몰래 손톱을 물어 뜯는다.
집안일은 매일 조금씩 하기보다는 몰아서 한꺼번에 한다.
... 지금 생각나는 것만 써 본다
4) 부모님에 대한 글을 써볼까요?
두 분 모두 경상도 출신이시다.
채식, 맨발걷기, 스쿼트 운동.. 모두 엄마의 영향이다.
아빠는 엄마가 해 주는 어떤 음식도 다 잘 드신다.
서로에게 다정함이나 애틋함은 별로 없으신 거 같다.
두 분을 보면서 저렇게 나이 들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5) 한강 작가에게 최인호 선생님이 있었던 것처럼, 인생의 아름다움을 일깨워준 분이 있나요?
특별히 한 사람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시간이, 세월이 일깨워준거 같다.
그리고 아이들 덕분에 더 알게 되지 않았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엄마가 되어서
6) 죽음에 대해 처음으로 자각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7)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소년이 온다>의 연결성! 혹시 이런 연결성을 느낀 책이나 사건이 있나요?
<사자왕 형제의 모험>과 <소년이 온다>와 같은 연결성이 아니지만,
<희랍어 시간>에 나온 단어 '사금파리'를 보고 린다 수 박의 <사금파리 한 조각>이 생각났다.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피로해지기 위해 걷는다. (중략)
설령 악몽을 꾸더라도중간에 잠에서 깨지 않기 위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해 새벽까지 뜬눈으로 뒤척이지 않기 위해 걷는다.
그 생생한 새벽시간, 사금파리 같은 기억들을 끈덕지게 되불러 모으지 않기 위해 걷는다.
<디 에센셜> 101쪽
사금파리의 뜻은 사기 그릇의 깨진 조각을 말한다.
8)나만의 루틴이 있나요?
루틴 하나만 써보면,
오전 6시에 원서읽기 단톡방에 공지사항과 단어장 올리기
오후 6시에 원서읽기 단톡방에 미션 올리기
9)한강 작가의 <나의 노래>처럼 내 마음을 흔드는 노래가 있나요?
나는 노래를 잘 듣지 않는다.
그래서 바로 떠오르는 곡이 없다.
그런데 어쩌다 하나의 노래에 빠지면 주구장창 그 노래만 듣는다.
요 몇년 동안 좋아했던 노래 생각나는대로 적어본다.
-임영웅 '이제 나만 믿어요'
(온가족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 같이 열심히 챙겨보았던 예능 프로그램 '사랑의 콜센타'의 영향)
- 퇴임식 노래 '이렇게 아름다운 날'
(교장 선생님 퇴임식에서 알게 된 노래이다)
- 테너 하만택의 '밤 하늘의 별'
(함성 단톡방에서 알게 된 노래이다)
- 싸이 '연예인' 조정석 버전
(최애 드라마 '질투의 화신'에 나와서)
진짜 최초의 내 최애 드라마는 "네 멋대로 해라"이다.
모르겠다. 더이상 생각이 안난다. 머리가 하얘진다. ㅎㅎ
10)한강 작가에게는 글쓰기가 생명의 구원이자 사랑이며 살아있는 한 계속해야할 일로 여겨집니다. 나에게 그런 '무엇'이 있나요?
독서와 글쓰기가 아닐까....
이상 4주차 생각질문에 대해 답해보았다.
미라클 글쓰기 9기 완주
이 글은 미라클 글쓰기 9기의 마지막 글이다.
드디어 20일차 성공이다!!
그동안 함께 했던 분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보고 싶다.
예슬님, 석진님, 선주님, 지해님, 서현님, 수호천사님, 에바다님, 희영님, 초마님, 헤일리님
감사해요 함성의 글벗님들...
#내향북클럽 #한강 #디에센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