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단어
옆 집 할머니가 치매이신 거 같다.
자주 마주치는 건 아니다.
아주 가끔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다.
1~2년 전에는 엘리베이터에서 같이 내리면 항상 똑같은 말만 하셨다.
"아 옆집이었네. 옆집에 살아도 서로 모르네"
언젠가부터는 마주쳐도 아무 말을 안 하신다.
그냥 멍하니 쳐다만 보신다.
걷는 속도도 매우 느려지셨다.
상태가 심해지고 계시는 거 같다.
며칠 전 저녁시간 부엌에 있는데 현관문을 덜컹덜컹 당기는 소리가 들려서 현관으로 나갔다. 현관문 구멍(외시경)을 통해 내다보니 옆집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께서 우리집 문을 열려고 하셨던 거 같다. 안 되니깐 다시 엘리베이터로 뒤돌아 가셨다. 외시경에서 사라지셨다가 몇 초 뒤 다시 나타나셨다. 잠시 멈춰 계시더니 다시 뒤돌아 엘리베이터 방향으로 가셨다. 몇 초 뒤 다시 나타나셨다. 이번에는 할머니 집 문을 향해 가셨고, 도어락 비번을 천천히 누르셨다. 도어락 열리는 소리가 났고, 할머니는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당기셨다. 집 안은 완전 캄캄했다. 몇 초 가만히 서 계시더니 천천히 집 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리고는 현관문이 닫혔다.
외시경으로 할머니를 관찰하면서 문을 열까 말까 엄청 고민했다.
내가 문을 열면 할머니가 놀라실 거 같았다.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문을 열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한 것이다.
잘 들어가셔서 다행이다.
옆집 할머니는 내가 만난 첫 치매를 앓고 있는 분이다.
옆집에는 할머니와 (할머니의 아들인지 딸인지 잘 모르겠는) 부부 내외 그리고 성인이 된 손주들이 살고 있다.
할머니가 가족 중 한 명과 함께 움직이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치매.
슬픈 단어.
너무 안타까운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