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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Feb 06. 2024

버리기 힘든 날

66일 글쓰기 챌린지 16일차

입춘이 지났다.

자연 속에는 봄의 기운이 싹트고 있다.

겨울이 또 지나가나 보다.

집 안을 둘러보았다.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이 보였다. 

한동안 '비움'의 철학을 잊어버리고 지낸 티가 확 난다.  

마침 오늘이 우리 아파트 분리배출을 하는 화요일이다. 

버려야 할 것들을 찾기 시작했다.

먼저 더 이상 필요 없는 문제집들을 과감히 버렸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또는 전시되어 있는 아이들의 물건이나 작품들의 정리도 필요했다.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0년 된 것도 있다. 

내가 버리면 좋겠다고 판단 한 물건은 버려도 되는지 주인에게 물어봐야 한다.

(물론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하는 것들도 많다)

보통 내가 물건을 보여주면서 "이거 버려도 돼?"라고 물었을 때 세 아이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와 셋째에게서 돌아오는 대답의 80프로는 "안돼 엄마~ 버리지 마요~"이다. 

반면 둘째에게 물어보면, 100프로 "그래 엄마 버려도 돼"이다. 


쿨한 둘째가 작년에 그린 자화상이 있다. 

둘째가 버려도 된다고 해서 사진으로라도 남기고 버리려고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다가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둘째와 너무 닮은 '그림 둘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섬세한 터치 하나하나가 그대로 보였다.

얼마나 정성껏 색칠을 했는지 느껴졌다. 

'아 안 되겠다. 이건 내가 못 버리겠다.'

둘째의 작품은 다시 원래 있던 곳에 예쁘게 세워두었다. 

이런 게 한 두 개가 아니다. 

유치원 때 가져온 스케치북 작품도 못 버리겠다. 

내가 못 버리는 물건이 너무 많다. 

이러다 또 '비움' 철학이 적용이 안된다. 

미니멀 라이프의 좋은 점을 알고 있는데 잘 안 된다. 

미니멀 라이프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정리는 좀 해야 하는데 말이다....

책도 좀 정리를 했다.  

다행히 흔한남매 아홉 권은 처리해도 된다고 세 아이 모두에게 허락을 받았다. 

이건 나도 미련 없다. 충분히 여러 번 봤기 때문이다.

간만에 마음 먹고 시작한 정리였는데 버려야지 하고 꺼내 들었다가 다시 제자리에 놓는 게 많았다. 

오늘은 왠지 마음 비우기는 잘 되는데 물건 비우기가 잘 안 되었다.

이번 주는, 설 연휴 앞두고 있으니 마음 단단히 먹고 정리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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