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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Feb 09. 2024

그 많던 화는 어디로 갔을까?

66일 글쓰기 챌린지 19일차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답답함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

잠시 아무 움직임 없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노트북을 열어 브런치에 들어왔다.

글쓰기 버튼을 클릭했다. 글은 이렇게 시작된 글이다. 

 

이 글을 시작하게 만든 것은 두 딸들.

하루종일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보는 딸들.

수학숙제, 영어숙제, 책 읽기, 운동.... 같은 것은 원래 있지도 않은 것처럼.

데스크톱으로, 패드로, 핸드폰으로. 

기기만 바뀔 뿐 끊임없이 온라인에 접속하는 것이다. 


5학년 되는 딸에게 책 한 권을 들고 와서 같이 읽자고 했다.

아니, 엄마가 읽어줄 테니 옆에서 그냥 들으라고 했다. 

조금 듣는가 싶더니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간다.


중2가 되는 딸에게 이제 독서 좀 하라고 했더니 재미도 없는 그걸 하냐고 그런다.


아무리 쉬는 날이라도 그렇지... 진짜 너무 한 거 아닌가?

나는 이렇게 읽고 싶은 책들과 읽어야 할 책들이 쌓여있는데..


나는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만 빼고 하루 종일 책만 읽고 싶다. 

아침 먹고 설거지하고, 점심 먹고 설거지하고, 저녁 먹고 설거지하고.

이 반복되는 행동이 오늘따라 더 재미없게 느껴졌다.

이런 상태에서 딸들까지 저렇게 나의 마음에 돌을 던지니...

오늘따라 딸로부터 던져진 돌로 흔들리는 마음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오늘 <중고나라 선녀님>을 다 읽었다. 나도 선여휘 여사를 만나고 싶다. 

여사님의 5성급 호텔 주방장 출신 동생에게 된장국, 더덕구이, 두릅나물 밥상을 받고 싶다. 

내일 설날 아침 여사님의 동생이 만들어 준 떡국도 먹고 싶다.

호로록호로록 소리를 내며 쭈압쭈압 떡을 씹고 싶으며 선여휘 여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여사님, 여사님은 포도봉봉님에게 맛있는 밥 한 끼를 먹여주고 싶다고 하셨잖아요.

저를 보면 어떤 걸 해주고 싶으세요? 여사님 보시기에 무엇이 가장 필요한 거 같아요?


신이예바바가 한 말이요, 거기서 저는 눈물이 왈칵 났어요.

"그게... 전 가정을 꾸리고 싶거든요. 돌아가시기 전에 엄마가 종종 말씀하셨어요. '결혼해라. 그리고 딸을 낳아. 너 같은 딸 있어서 나는 참 좋다.'" (p273)


백퍼센트 공감하며 나도 친정엄마께 이런 말 듣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다음 순서로 나도 이런 말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여사님은 딸 선정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으세요?

저는 딸과 오늘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그러려면 먼저 딸이 좋아하는 아이돌 얘기를 들어줘야겠죠?


여사님 제가 이 글을 쓰다가 잠시 빨래를 개고 왔어요.

빨래를 개어 옷장에 넣었는데 버려야 할 옷들이 너무 많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버릴 것들을 모았어요. 한가득 쌓였네요.

버리고 정리하면서 어느 순간 이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감정이 사라졌네요.

잘 쓰이지 않던 글이 술술 잘 써시는 느낌이네요.

맞아요.. 또다시 깨달아요.

부정적 감정과는 거리를 두어야 해요. 

시간이 지나야 해요. 완전 다른 행동으로 덮어야 해요. 

저는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어려운 게 '남'이고, 세상에서 가장 바꾸기 쉬운 게 '나'라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요.

'나'라는 사람을 바꾸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고 있지만, 그나마 '나'라는 사람을 바꾸는 게 세상에서 가장 쉽다는 신념. 

선여휘 여사님~ 혹시 '나' 말고 다른 것을 변화시키려는 마음을 애초에 접는다는 게 포기한다는 의미로 들리실까요?

우리가 보통 용기가 없어서 포기하고, 힘들까 봐 사전에 포기하고, 나중을 생각하며 걱정되어 포기하는데요. 그냥 나 이외의 것과 관련된 것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나에게 집중하기를 선택하고 싶어요. 나는 나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으니깐요.. 나를 변화시키는 게 가장 안전하고 가장 편안해요.


여사님은 저에게 "건강한 모습으로 네 곁에 딸들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야"라고 말씀하실 거 같아요.

네! 떡국 잘 먹었습니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존 밀러가 말했다.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 가는 그의 감사의 깊이에 달려있다.


에이미 반더빌트가 말했다.

감사하는 법을 배울 때 우리는 인생에서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에 집중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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