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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Jun 30. 2024

독서모임, 발제문에 대한 글을 썼어요.

함성 미라클 글쓰기 챌린지 19일 차

함성연구소의 '고전북클럽' 2기에서 톨스토이의 '부활'을 읽고 있다.

이번주에 부활 1권이 끝나고 2권을 읽기 시작했다.

함께 읽고 있는 멤버들이 순서를 정해서 발제문을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언젠가부터 매주 금요일 발제문이 올라오는 날이 기다려진다.

 헤일리님의 발제문(6월 29일 독서모임)


4주 차인 이번주는 헤일리 님의 발제문이다.


첫 번째 발제문

나는 인간관계가 넓지 않아서 내 주변의 입체적 인물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면모를 지닌 인물이 누가 있을까..?

딱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주변 사람들이 어느 정도 다 예상이 되는 사람들이다.

'입체적 인물'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 이유는 내가 안정적인 인간 관계를 선호하기 때문인거 같다.

그리고 어떤 일에 대해 별로 놀라지 않고 무던하게 받아들이는 내 성격도 한 몫한다.


우리 아이들의 변화를 한 번 살펴 보자.

초등학교 생활이 가장 힘들었고 중학교는 좀 괜찮았다던 고등학생 첫째는, 지금이 전성기다.

학교도 재미있고, 친구들도 다 좋고, 공부도 열심히 한다.

초등학교까지 열심히 학교 생활을 하던 중학생 둘째는, 지금 방황기이다.

학교도 재미없고, 반 친구들도 별로고, 공부는 더 재미없다고 한다.


아, 남편!!

그러고보니 내가 아는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흡연가였던 남편은 첫째가 돌이 지난 어느 날, 단번에 담배를 끊었다.

지방의 비평준화 고등학교를 일등으로 들어갔다.

(결혼 후 시아버지가 얘기해줘서 알았다)

지방 남고 출신으로 고등학생 때 태권도와 연극 동아리 활동을 했다.

학교 담도 많이 넘어보고, 친구 괴롭히기도 많이 했다고 한다.

아이들 유치원 때 운동회 가서 학부모 달리기 무조건 일등했던 남자이다.

그런데 축구, 야구는 안 좋아한다. 수영도 못한다.

등산을 싫어하지 않는다. 연애할 때 데이트 장소로 북한산, 관악산이 한 번 씩 있다.

2022년 아이들과 한라산 등반에 성공했었다.

대학교 시절 아르바이트로 학원에서 고등학생 사탐을 가르친 경험이 있다.

문과 출신이지만 집안에 고장난 것이 있으면 다 고치는 이과를 넘보는 남자다.

여행 중 10시간을 넘게 운전하면서 한 번도 나한테 운전대를 안 넘기는 남자다.

운전하다가 미숙한 운전자를 만나면 욕도 막 한다.

둘째가 인형 옷 만들기를 좋아할 때, 재봉틀을 구입한 남자다.

새로 산 자신의 바지 단을 재봉틀로 스스로 줄이는 남자다.  

아이들 교복에 명찰을 기가막히게 잘 달아주는, 우리 집 손바느질 왕이다.

활동적인 셋째를 위해 양말목으로 만든 크리스마스 리스를 풀어서 농구 골대를 만든 남자다.

그네를 타고 싶다는 말에 방문 철봉에 그네를 만들어 준 남자다.

한 때 캠핑을 좋아해서 뒷베란다 한 가득 캠핑 도구를 쌓아 놓고 있는 남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캠핑을 종종 갔는데, 이제는 안간다.)

지금은 낚시를 좋아한다. 주말에 아주 가끔 낚시를 간다.

언제 한 번 다 같이 갔다가 애들이 다 싫어해서 혼자 다닌다.

'아빠는 고기를 못 잡으면서 왜 낚시를 해?'

딸들의 질문에 나중에 큰 거 잡을거라고 한다.

아침으로 야채와 과일을 한 통 먹는다.

라면, 짜장면, 비빔면을 좋아한다.

밤에 야식으로 과자 먹는 것을 엄청 좋아한다.

(나이가 들면서 많이 줄였다)

카레는 절대 안 먹는다. 안 좋아한다.

싱겁고 심심한 친정엄마의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한다.

채식하는 아들을 위해 며칠전에 더덕구이를 하고, 오늘은 도라지를 사서 도라지 무침을 한 남자다.

(덕분에 나도 태어나서 처음 도라지 껍질을 벗겨 보았다.)

고기는 많이 줄이고 생선류, 젓갈류를 주로 먹는다.

채식하는 내가 요리를 안 하는 북어국을 스스로 끓여 먹는다.

술은 직장 사람들과 어쩔 수 없는 자리에서만 마시고 안 마신다.

셋째가 유치원 다닐 때, 반친구가 중국 여행을 하고 왔는데 자기도 중국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남편은 그 해 여름 휴가로 중국 하이난 섬 여행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계획을 세워 우리를 데리고 갔다.

남편은 화재시 필요한 것들(간이 소화기, 습식 방연 마스크, 탈출용 안전띠)을 사서 집 안에 비치해 두었다.

남편은 인터넷 쇼핑을 좋아한다. 자신의 모든 옷은 인터넷으로 구입한다.

중학생 딸을 위해 티셔츠를 구입했다가 몇 번 퇴짜를 맞고는 딸 옷은 이제 안 산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남편에게 말하면 며칠 후에 택배로 온다.

가난한 집에서 자란 사람이라 사치를 부리는 것도 아니다.

남편은 돈 관리는 전혀 안한다. 남편의 월급은 고스란히 내가 관리한다.

아이들은 배달 음식이 먹고 싶으면 나한테 아니고 아빠에게 말한다.

남편은 나와 달리 별 말 없이 바로 주문해 준다.    

대학교 졸업 후 영어와는 담을 쌓고 있다가 40대 중반 미국을 가기 위해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했던 남자.

처음에 코끼리를 elefant라고 써서 경악했던 것은 나만 아는 비밀이다.

그래도 영어 시험 기준 점수를 넘기고 직장에서 보내 준 미국 유학을 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이 미국에서 2년을 살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준 남편이다.

(첫째가 영어를 잘 하는 이유가 아빠의 gift, 엄마의 support 그리고  본인의 effort라고...

아들이 말한게 아니고 내가 말한다.ㅋㅋ )  

무슨 일에든 긍정적 태도를 취하려는 '나'와 무슨 일이든 필터를 끼고 비판적 사고와 부정적 사고의 경계를 넘나드는 '남편'. 부부사이는 다소 힘들지라도, 아이들에게는 최고의 아빠와 엄마가 아닐까 싶다.

우리는 서로에게 크게 잔소리를 하지 않는다.

나중에 퇴직해서 산티아고 순례길 같이 걷자는 약속... 지킬 수 있겠지? 

남편이 만든 그네
남편이 만든 농구 골대
남편이 구입한 화재 발생 시 필요한 용품

남편에 대해 이렇게 글로 써 보는 건 처음이다.

글쓰기 챌린지가 없었으면 평생 안 해봤을 거다 ㅋ


두 번째 발제문

네흘류도프의 카츄사에 대한 사랑은 '속죄'를 위한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속죄의 사전적 뜻은 이렇다.

자신의 잘못이나 죄를 뉘우치고 그에 대한 보상이나 용서를 구하는 것.

잠에 잔소리하고, 혼내 놓고 그 다음날 아침 부드러운 목소리로 "딸, 잘 잤어?"하는 엄마로서의 나의 모습이 겹친다.  


줌미팅에서 한 분이 말씀하셨다.

결국, 네흘류도프의 사랑은 자기 자신을 위한 사랑, 자기애에서 시작된 사랑이라고.

나도 동의한다.

일반적인 남녀 사이의 사랑은 아닌거 같다.

나도 동의한다.


그리고 네흘류도프의 청년 시절, 그 순수했던 시절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사랑인거 같다.


세 번째 발제문

나를 포함해 독서모임 멤버분들은 과연 순수했던 시절을 언제로 볼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돌아가고 싶은 N년 전은 별로 없다.

10대? 20대? 30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이 가장 좋다.


독서모임 후에도 이 발제문을 계속 생각해보았다.

만약 딱 한 순간으로 돌아 간다면, 초등학교 시절 어느 날의 등교길이다.

너무나 순수해서 학교는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지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던 시절

(선생님이 무서워서 그랬었는지, 그건 기억이 없다)


정확히는 기억이 안나지만, 3학년 이상이었던 거는 분명하다.

아빠가 선물로 사 주신 새 손목시계를 잃어버렸던 그 날.

당시 10만원이 넘었던 시계, 그 시계를 손목에 차지 않고 들고 가다가 잃어버렸다.

그 시계를 어딘가 떨어뜨린 걸 깨달은 순간, 오던 길을 다시 돌아갈 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고민했던 그 순간. 그 때 돌아갔더라면 학교는 무조건 지각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차마 돌아가지 못했다.

아마도 오던 길을 다시 돌아 걸어갔더라면 바로 찾았을지도 모른다.


그 시계는 외국에서 근무하셨던 아빠가 휴가로 한국에 들어오시면서 사 오신 시계였다.

그런데 참 신기하다. 그 시계 분실에 대해 누구도 나를 혼내지 않았다.

우리 엄마, 아빠는 그런 분이셨다.




이상 독서 모임 후, 발제문에 대한 글쓰기를 했다.

책을 읽고, 모임에 참가해서 이야기 나누기.

이 과정이 있었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거 같다. 

독서는 인풋이고 글쓰기는 아웃풋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마지막으로,

글쓰기 명언을 되새긴다.


읽는 것 만큼 쓰는 것을 통해서도 많이 배운다. _ 액톤경

영감은 당신이 쓰고 있을 때 온다 _ 메들렌 랭글


열아홉번째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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