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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Jul 22. 2024

딸과 함께 한 주말 쇼핑

습도가 엄청 높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출국일.

열심히 여행 가방을 싸는 중이다. 

2주 동안 네 명이 입을 옷을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둘째 중2 딸아이의 가져갈 옷이 없었다. 

학교는 물론 학원까지, 하루종일 교복을 입고 생활하는 딸이라 그동안에는 평상복이 필요 없었던 것이다.

작년에 입던 여름옷들을 꺼내보니 작거나 더럽거나 후줄근해져 있었다.

그래서 일요일에 딸과 함께 근처 아울렛에 다녀왔다. 

3시간 정도 쇼핑을 했다. 

상하세트, 반바지, 티셔츠, 바람막이점퍼 등등을 샀다.

자신의 옷이 담긴 쇼핑팩 두 개를 손에 든 둘째가 말했다. 

"엄마, OO(동생)도 옷 사야 할 거 같아. 프랑스에서 맨날 운동복 입고 다닐 수는 없잖아." 

둘째 말이 맞다.

사실 셋째인 초5 딸아이도 옷이 별로 없다. 

대부분 남편이 인터넷으로 구매한 운동복이다. 

배드민턴 치는 딸을 향한 아빠의 넘치는 사랑이 가득 담긴 옷들이다.

그래서 학교에도 맨날 편한 운동복만 입고 간다.

게다가 언니에게 물려받은 옷들은 본인 치수보다 한 치수씩 크다. 

나는 커도 그냥 입혀서 보낸다. 작은 것보다야 낫지! 하며 말이다.


쇼핑백 2개를 들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셋째를 위한 쇼핑.

총 3시간 동안의 쇼핑 시간 중  둘째와 내가 가장 신나게 쇼핑한 시간이었다.

특히, 셋째의 드레스를 고르는 동안에는 둘 다 거의 무아지경이었다.

셋째는 또래보다 키가 아주 작다.

그래서 유아동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있다.

유아동 브랜드의 옷에는 청소년 대상의 옷보다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훨씬 많다.

다소 투박한 청소년 브랜드의 옷만 보다가 한 단계 내려와 쇼핑을 하니 그렇게 예쁠 수가 없었다.  

나와 딸은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 '예쁘다'를 연발했다.


둘째는 샤랄랄라 공주 스타일의 드레스들을 하나하나 보면서 너무너무 신나 했다.

"엄마, 이거 예쁘지?" 

"엄마, 이거 OO한테 어울리겠지?"

"와, 엄마 이거 완전 OO스타일인데?"


동생에게 예쁜 옷을 입혀 볼 생각에 신난 둘째. 

평소에 둘째는 동생과 함께 '아이돌 놀이', '패션모델 놀이'하는 걸 좋아한다. 

집에 있는 옷들을 코디해서 동생에게 입히고, 사진도 찍어준다. 

작아진 옷이나 못생긴 옷, 오래 된 옷은 자르고 바느질해서 새롭게 만들기도 한다. 

셋째는 평소에는 언니 말도 잘 안 듣고 비협조적이지만, 이 놀이를 할 때만큼은 언니를 엄청 따른다.

언니가 이것 저것 코디해서 입어보라고 하면 거의 토 달지 않고 잘 입어준다.

둘이서 제일 잘 노는 시간 중 하나이다.


드레스를 충분히 감상한 후에, 너무 화려하지 않은 것으로 무난하지만 예쁜 하얀색 원피스를 선택했다.

그리고 평소에 입지 않았던 예쁜 티셔츠들도 몇 개 더 샀다.


첫째인 아들을 위한 옷도 둘째가 골랐다. 

"오빠는 초록 색깔의 옷이 없으니깐, 이걸로 하자"

"좋다!"

둘째의 선택으로 아들 옷으로는 티셔츠 1개와 바지 1개를 샀다.

아들 옷장의 남색, 회색, 흰색 티셔츠 사이에서 단연 돋보일 옷이 될 것이다.


집으로 돌아와 셋째에게 새 옷들을 입혀보았다.

새 옷을 입은 셋째도 엄청 좋아했다. 

'입이 귀에 걸렸다'라는 표현이 딱이었다.

나와 둘째도 기분 좋은 얼굴의 셋째를 보니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 여행동안에는 회색, 남색 운동복에서 최대한 벗어나보자!!

본인 사이즈에 딱 맞는 옷들을 입어보자!!


자매 둘이서 공항패션도 정했다.

똑같은 옷을 사도 된다는 둘째의 허락(?)을 받고 구입한 2개의 티셔츠를 입기로 했다.

내가 똑같은 옷을 입히려고 하면 엄청 싫어하던 둘째가 오늘은 너그럽다.

오히려 오늘은 더 적극적이다.


쇼핑이 너무 즐거웠다는 둘째.

나도 덕분에 즐거웠다.


엄청 습하지만, 즐거운 쇼핑으로 마음은 쨍쨍한 하루였다.


PS) 내가 어렸을 때, 엄마랑 동생 둘이서 쇼핑을 하고 집에 와서는 새 옷들을 쇼핑백에서 꺼내며 나에게 옷을 입어보라고 했던 기억이 났다. 엄청 귀찮기도 했고, 엄청 좋아했던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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