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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J 남주 Jul 26. 2024

'쉼'이 있는 방학

방학 둘째 날

창 밖에서 힘차게 울어대는 매미 소리와 함께 뒷베란다에서는 세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가 자고 있는 큰 방의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도 두 소리를 비집고 들려온다. 


방학 둘째 날이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서 자고 있고, 남편은 방금 출근을 했다.

나는 글을 쓰기 위해 식탁에 앉았다. 

방학은 남편이 나를 가장 부러워하는 때이다.

아직은 방학을 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보통의 주말을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다.


방학 첫 날인 어제 아침에는 우리반 아이의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했다. 

이유는 아이에 대해 상담을 하고 싶다는 어머니의 부탁 때문이었다.

 

어머니는 방학식날 학급 소통 앱을 통해 오후 5시 36분에 메시지 보내셨다.

그 시간은 퇴근 후로 메시지 응답을 받지 않는 시간이다. 

내가 메시지를 확인한 것은 밤 9시가 다 되어서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제가 한 학기 마치면서 OO이 관련하여 문의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방학하는 오늘에야 연락을 드립니다. 

혹 상담 가능한 시간이 있으시면 톡 한번만 부탁 드립니다. 

방학을 했는데 넘 무례한 부탁드리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어머니도 예의 바르고, 경우가 없는 분이 아니었고, 아이도 큰 문제가 있지 않았기에 크게 걱정은 안 되었지만, 그래도 이런 메시지는 교사의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한마디로 무섭다. 도대체 무슨 일일까??


메시지를 읽은 밤에는 답을 안 드리고, 

다음날 즉, 어제 아침 8시 30분에 답을 드리고 지금 전화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어머니와의 전화통화를 무사히 마쳤다.

마음 졸이며 밤을 보냈는데 나를 곤란하게 하는 문제가 아니었기에 다행이었다.

학교에 있으면서 가장 두려운 것 중 하나가 학교폭력 사안인데 그런 문제가 아니라 더더욱 다행이었다.

개인적인 정보라 글로 남기기는 어렵지만, 아이에게나 어머니에게나 아주 중요하고 큰 문제였다. 

며칠만 일찍 연락을 하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방학식날 배부되는 생활통지표의 행동특성란을 확인한 후에 상담을 하고 싶으셨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교실에서 인터폰이 울리면 덜컥 겁부터 난다. 

뜨는 번호가 내선번호이면 안도의 한숨을 쉬며 수화기를 바로 든다.

010으로 시작하는 번호이면 바짝 긴장이 된다.  


등교시간에 

선생님..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상담을 받고 싶습니다. 

상담 괜찮은 시간이 언제일까요?

라는 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든다.

하루종일 그 아이를 관찰하게 된다.

 

방학은 이런 긴장감에서 잠시 멀어지게 해 준다.

방학은 '쉼'이 있는 기간이다. 

방전된 심신을 새로운 에너지로 채우는 기간이다 

교사에게 주어지는 선물이고, 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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