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의 희망 사항이 아닌 다수의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의미하는 매스 어댑션은 업계에서 항상 화두이다. 도대체 왜 매스 어댑션을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일까? 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의 대중화를 막는 장애물로 부족한 UX, 규제 미비, 신뢰 부족 등이 주된 이유로 논의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 역시 개선되어야 할 사항임에는 부정할 수 없으나, 필자는 대중화 측면에서만 고려할 경우 위 요소들보다 더욱 큰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수많은 프로젝트는 해결하려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의하고 해결책을 구상하고 개발하는 데에 몰두하지만, 그 문제가 왜 중요하고, 과연 그 문제를 생태계 내 다수의 인원이 진정으로 문제라 여기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고려하지 않는다. 수많은 프로젝트가 정의한 문제 역시 그저 생태계 내 소수 인원의 희망 사항이다.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 이에 대한 답은 매우 간단하다. 문제를 정확히 알아야 사람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문제 자체를 잘못 파악했다면 전혀 다른 문제를 풀어 원하지 않은 답을 줄 것이다.
문제 정의 과정은 간략하게 4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 오픈 이노베이션 마켓플레이스 』 의 저자 드웨인 스프래들린(Dweyne Spradlin)이 구상한 이 문제 정의 과정은 실제로 프로젝트 및 실무에서 수천 개의 문제를 다뤘고, 문제 해결률이 기존과 비교하여 매우 높았다.
1단계: 해결책이 필요한 이유를 명확히 한다. 기본적인 니즈가 무엇인가? 원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누가 이익을 볼 것 같고 왜 그런가?
2단계: 니즈를 정당화한다. 노력이 우리의 전략에 부합하는가? 회사는 어떤 이익을 볼 수 있으며, 그것은 어떻게 측정이 가능한가? 솔루션이 실행될 것이라고 보장할 방법은?
3단계: 문제를 맥락화한다. 어떤 접근법을 시도해봤는가? 다른 기업들은 어떤 시도를 해봤는가? 솔루션을 실행하는 데 있어 내적, 외적인 제약은 무엇인가?
4단계: 문제를 서술한다. 문제가 실제로 여러가지인가? 솔루션이 충족해야 할 사항들은 무엇인가? 솔루션이 어떻게 평가되고 성공은 어떻게 측정되는가?
위 과정을 기반으로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살펴볼 경우 1단계에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니즈는 파악했지만, 그 니즈는 소수가 희망하는 희망 사항일 뿐, 다수가 겪는 문제가 아니었다. 해결책으로 성급하게 넘어가기보다는 문제의 본질에 존재하는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또한, 문제 파악 단계에서 특정한 해결책 선호를 피해야 하지만, 어차피 해결책은 블록체인으로 정해두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블록체인 대중화에 대한 기대감을 이야기할 시 빠지지 않고 나오는 것이 바로 블록체인 기반 게임이다. 블록체인 게임의 이점으로는 주로 아이템 소유권, 투명한 서비스, 그리고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한 수익화가 거론된다.
아주 어렸을 시절부터 게임을 좋아했고, 몇천만 원을 게임에 쏟아부었으며, 한때는 하루 24시간 중 20시간 이상 게임을 하며 1년 이상을 보낼 만큼 하드 게이머였던 필자의 경험상 아이템 소유권에 대해 고민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문제라고 생각해 본 적은 더더욱 없다.
게임사에서 서비스를 중단하더라도 아이템은 게이머 소유라 유지된다고 하지만, 애초에 게임이 중단될 경우 해당 아이템은 쓸모가 없다. 상호운용성을 활용하여 다른 게임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려면 게임사 간에 너무나 큰 노력이 요구되며, 이로 인해 상호운용이 가능한 게임은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템 때문에 다른 게임도 즐길 확률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암호화폐를 지급한다고 하는 경우도 존재하나, 이는 결국 매크로 켜놓고 게임 돌리는 좀비만을 생산할 뿐이다. 이러한 좀비들을 사용자라 칭하며 매스 어댑션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게임이 재밌으면 나와 같이 돈을 들여서라도 한다. 먹고 살만큼의 돈을 주지 않는 이상 돈 준다고 게임하는 게이머는 절대 다수가 아니다.
물론 게임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시 생기는 장점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토큰과 암호화폐는 게임을 뒷받침하는 역할을 할 뿐이다. 게임의 승패는 결국 그 게임의 재미와 몰입력에 달려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게임에 재미를 부여하지 못한다. 게임에 대한 블록체인 도입은 게이머들이 지금까지 정작 깨닫지 못했던 권리를 찾아줄 것이지만, 결국 다수의 게이머가 겪고 있던 문제는 해결해주지 못했다.
스팀잇을 필두로 한때 블록체인 기반의 SNS 역시 화제였다. 그러나 스팀잇은 다수가 겪는 문제를 해결한 솔루션은 아니었고 결국 스팀 가격이 하락함에 따라 버티지 못하고 역사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 스팀잇 이외에도 피블, 클링, 에픽스 등 수많은 블록체인 기반 SNS가 발표되었지만, 토큰을 얻기 위해 노가다하는 사람들을 제외하면 유의미한 사용자가 다수를 이루는 SNS가 과연 있는가?
"현대 SNS 플랫폼에서 사용자는 그저 상품일 뿐이다. 개인 데이터는 개인에게! 사용자에게 보상을!
거의 모든 블록체인 기반 SNS가 자신들의 서비스를 소개하며 내세우는 문장이다. 이 문장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자들 가운데 다수는 이것을 문제 삼지 않는다. 개인정보 유출을 넘어 실질적인 피해가 본인에게 있지 않은 이상 플랫폼이 자신의 데이터를 악용한다는 점에 문제 삼는 이는 없다. 직업이 작가가 아닌 이상 자신의 글에 가치가 부여되지 않다는 점을 문제 삼는 이도 없다.
지금은 예시로 게임과 SNS를 들었지만, 현재까지 나온 대다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항상 소수가 “생각”하는 문제를 사회적인 관점으로 평가하고 개발했다. 다수가 실제로 “겪고”있는 문제를 사용자의 관점으로 해결하려는 프로젝트가 부족했던 것이 블록체인 대중화의 가장 큰 장애물 가운데 하나이다. 결국 그들이 파악한 것은 소수의 사람이 개선되길 희망했던 희망 사항이었을 뿐, 다수의 사람이 실제로 경험하고 있던 문제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소수가 아닌 다수가 겪는 문제를 찾아 블록체인으로 해결한 사례는 무엇이 있을까? 대표적으로 온라인 도박이다. 이 글에서는 도박의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도박은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이며, 도박이 불법이라고 단정 짓는 것은 결국 국가의 마음일 뿐이다. 사행성을 핑계로 불법이라 칭한다면 왜 강원랜드는 합법인가. 결국 세금을 걷을 수 있냐 없냐의 문제이다.
온/오프라인 관계없이 도박판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신뢰의 문제이다. 현재 도박 시스템은 설계하는 사람이 무조건 유리하다.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필연적으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딜러의 문제 이외에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관없이 본인을 제외하면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것이 도박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어떨까? 처음 EOSBet으로 출범하여 오랜 기간 전체 dApp 랭킹에서 1위를 수성했고, 2019년도 연 매출 200억을 달성한 EarnBet의 경우, 모든 게임을 온체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EarnBet에서 진행되는 모든 게임은 애초에 조작이 불가능하며, 거래 기록도 수정할 필요 없고, 플레이어가 타 플레이어 혹은 딜러를 의심할 필요조차 없다. 먹튀 걱정도 없어졌다. 단지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하게 배당을 나눠주고, 블록체인을 통해 보다 투명한 환경을 만들어 주었기 때문에 도박댑이 흥하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다. 도박 생태계 내에서 활동하는 소수의 인원만 생각한 것이 아닌, 대다수가 문제라고 생각한 것을 블록체인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신뢰가 간절히 필요했던 곳에 신뢰를 채운 것이다.
권리와 데이터 주권에 대한 대중의 의식 또한 점진적으로 향상될 것이라 예상한다. 그리고 블록체인이 개인의 권리를 되돌려주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은 틀림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권리를 찾아주기보다는 자신이 지금 당장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길 원한다. 업계가 오랜 시간 기다리고 있는 매스 어댑션은 소수의 희망 사항을 개선하는 것이 아닌 다수가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서 나올 것이다. 한 생태계를 형성하는 다수의 인원이 겪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때 바로 매스 어댑션이 이뤄지는 것이다.
"내게 세상을 구할 시간이 한 시간 주어진다면 55분은 지구가 풀어야 할 과제를 파악하는 데 쓰고, 나머지 5분은 그것을 해결하는 데 쓰겠다."
-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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