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블록체인은 4차 산업 혁명을 주도할 기술 중 하나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된 기술이라고 다들 얘기한다. 그리고 그 근거로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보안, 금융을 시작으로 심지어 일상생활까지 말이다. 처음 핸드폰이 나왔을 때 그저 이동전화로 쓰였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문자메시지를 하고, 게임을 하고, 인터넷을 하고, 심지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여 일상을 보낼 수 있는 시대까지 왔다.
그 패러다임을 봤기 때문에 블록체인도 그렇게 되지 않겠냐라고 말을 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이런 패러다임의 변화를 단지 ‘변화의 과정’과 ‘현상’으로 쉽게 일반화해서 넘겨짚으면 안 된다. 저 과정들이 되게 순탄해 보였을까? 아니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주류로 편승이 되어 현재에 이르게 된 것이다.
애플의 ‘아이폰’ 출시로 바뀌기 시작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이전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도한 MP3P와 PMP 산업의 몰락을 만들었다. 두 기기를 만드는 업체들은 음질, 화질 등 품질을 강조하며,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하려 했지만, 소비자들은 ‘간편함’과 ‘편리함’을 택했다. 그리고 두 기기는 스마트폰이 보편화 됨에 따라 ‘기능’으로써 종속되었다. 이 패러다임 혁신의 기반은 애플의 인지도라고 생각한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무명의 회사가 출시했다면 이 정도로 변화가 왔을까? 애플은 기존 PC 시장부터 MP3P를 출시해왔던 회사였다. 아이디어도 좋았지만 그들의 생산 인프라와 유저 인프라를 갖췄던 회사였으며, 이 시장을 잘 이해했기 때문에 ‘퍼스트 무버’ 역할을 잘했으리라고 본다. 따라서 패러다임의 변화는 ‘단순함’에서 시작되며,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 이끌어야 한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이뤄내기 시작하면, 누구나 ‘패스트 팔로워’가 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블록체인하면 생각나는 것이 무엇인가? 바로 ‘탈중앙화’다. 힘 있는 조직이 ‘퍼스트 무버’ 역할을 이끌어야 하는데, 조직이 ‘탈중앙화’를 추구하는 기술을 써야 한다?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 탈중앙화는 중앙집권이 누릴 수 있는 비리와 부조리 자체를 활용할 수 없는 전혀 반대되는 기능들뿐이지만 이미 투명성, 보안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뛰어나다는 것을 이론이나 실제로 증명해왔기 때문에 ‘보안’에 들이는 지출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활용해볼 것이다.
이 기술이 매우 이상적이고 뛰어나기 때문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고, 투자를 하고 있는 상황인데, 앞서 필자가 언급한 추론이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쓰일 것이다. 이후 결과가 좋아진다면 쉽게 보편화가 될 것이다. 앞서 아이폰 사례는 누구나 변화를 체감해 다들 잘 아실 테니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가 있어 언급하도록 하겠다.
1973년, 난카이 호크스(現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선수 겸 감독이었던 노무라 카츠야는 시즌 전 한큐 브레이브스(現 오릭스 버팔로즈)의 도루왕 출신 선수인 후쿠모토 유타카를 비롯한 선수들의 도루 허용을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지론과 함께 선수들을 훈련시킨다.
‘포수가 공을 잡는데 1.1초, 2루로 송구까지 1.8초, 도합 3초 이내면 육상선수가 와도 아웃을 시킬 수가 있다.’
당시 도루를 저지한다는 건 오로지 포수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시기였고, 이 지론은 투수조차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었다. 특히 투수들은 이 지론에 굉장히 반발이 심했지만, 노무라 카츠야 감독은 도루 저지를 위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니 여러 반발을 권력으로 찍어누르며 훈련을 강행한다. 그 이전 도루를 저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빠르게 던진다는 발상이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단기적인 발상에 그쳤다. 하지만 체계적인 훈련으로 새로운 방법을 도입한 건 노무라 감독이 최초였다. 그리고 그해 난카이 호크스는 퍼시픽리그 1위와 일본시리즈 준우승을 거두었다. 노무라 카츠야의 지론으로 만든 방식이 바로 ‘퀵 모션(미국명: 슬라이드 스텝)’이다.
이 변화로 탁월한 성적을 거두기 시작하자 일본 프로야구 전 구단들이 ‘퀵 모션’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오늘날 일본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널리 쓰이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투수의 기본기에서 필수 동작으로서 자리를 잡게 되었다. 비록 기존 반발을 무릅쓰기 위해 힘을 쓰긴 했으나 그 단순한 변화가 현대 야구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이렇듯 패러다임이란 단순함에서 시작되는 것이며, 이 변화를 과감하게 주도하는 리더의 역할이 있었기에 혁신이란 게 탄생한 것이 아닐까?
블록체인이란 분명 잠재력이 있는 기술이다. 그러나 많은 업계 종사자는 이상적인 얘기를 하며,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런 행동들이 패러다임의 변화를 이끈다고 말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사례로 돌아가면, 변화를 이끈 발상을 했던 사람들은 얼마든지 있었고, 그저 생각에 그치고 말았다. 현재 개발만 하고 있는 건 그때 발상을 했던 사람들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누구의 동의를 얻고, 실행하기 위해 뭔가 행동을 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때로는 ‘탈중앙화’라는 단어를 본인의 상황에 대입하며 비겁하게 외면하고 있다. 이제 성과나 결과를 보기 위해 잠재력을 높게 보고 과감히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시기이다. 어쨌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혁신이라는 아이템이 나오니까 말이다. 결과가 나와야 성공과 실패를 확실하게 말할 수 있으며, 평가할 수 있으니까.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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