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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더 May 14. 2020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왜 실패하는가 (2): 제도

1편에서는 커뮤니티 통합의 실패로 인한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실패를 다루었다면, 이번 2편에서는 블록체인 프로젝트 성공에 필요한 요소로 작용할 제도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왜 실패하는가 (1): 커뮤니티’ 바로가기:
https://noder.foundation/whyfail-1/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필자는 블록체인 거버넌스 분석에는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의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많은 힌트를 얻고 있다. 책의 저자는 국가의 실패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지리적 차이 가설, 문화적 차이 가설 그리고 무지 가설에 대한 반박과 함께 국가의 실패 요인으로 착취적 제도임을 주장하고 있다.


대런 애쓰모글루, 제임스 A. 로빈슨의 베스트셀러『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그리고 번영과 빈곤은 정치와 경제 제도에 따라 변했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의 사례를 들어 설명하였다. 포용적 경제 제도와 착취적 정치제도가 한동안 공존하여 크게 성장했던 부유한 국가도 결국 착취적 경제 제도로 변하여 쇠락의 길을 걷게 된 역사적 사실도 나열했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거버넌스를 평가할 때 생각해 볼 만한 포용적 제도의 국가 특성을 몇 가지를 나열해본다.


a. 사유재산권 인정과 법치주의


수많은 착취적 제도의 국가들의 특징은 국민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지 않았고, 국가의 필요에 의해 개인의 재산몰수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농민들은 수확한 농작물의 대부분이 국가에서 강탈해가니 비약적으로 생산성을 증가시킬 유인이 없었다.


저자는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큰 요인으로 사유재산권의 인정으로 꼽았다. 증기기관에 대한 특허권을 통해 창의적인 혁신을 이룬 발명가에게 일정 기간 시장을 독점할 권리를 주었다. 영국 의회에서 증기기관 특허권 인정에 대해 개인이 호소한 편지는 당시 영국에서는 개인의 경제활동에 대한 정치적 발언권을 줄 만큼 포용적 정치제도가 자리 잡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반면, 자국민들을 착취하는 아프리카 콩고 공화국의 경우 농민들이 농사를 짓기 위해 기계는커녕 심지어는 간단한 농기구도 사용하지 않는다. 자신이 수확한 농작물이 생산성에 무관하게 빼앗길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창의적인 수단을 통해 생산성을 증가시킬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가치를 토큰화하여 개인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고 있다. 소셜 미디어 프로젝트의 경우는 개인의 창작물에 대한 저작권, 게임의 경우는 플레이를 통해 얻은 희소한 아이템에 대한 소유권 등이 그 예시이다. 또한 블록체인상에서 이용자 간의 스마트 계약은 통상적으로 번복하기가 매우 어려워 반드시 이행된다.


하지만 우리가 블록체인 사유 재산권에 대해 생각해 볼 만한 주제는 블록체인 기록 외의 사유 재산권 침해와 법률위반에 관한 문제이다. 많은 사람이 블록체인 개인 키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개인 키 분실 혹은 해킹에 의해 자산 소유권을 영원히 잃을 수도 있다.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중앙서버로 관리되는 국가에서는 어렵기는 해도 복원이 가능하다. 결국 블록체인 네트워크와 일반법치국가 중 자신의 사유 재산권이 잘 지켜진다고 생각하는 쪽은 대부분 어느 쪽일까?



b. 충분히 중앙집권화된 다원적 정치제도


영국의 정치와 경제 지형 변동에 크게 영향을 미친 두 사건은 1642~1651년 영국 내전과 1688년 명예혁명이었다. 명예혁명을 통해 권한이 한 사람에게 집중이 되던 왕권 세력의 힘이 약화하였고, 여러 귀족으로 이루어진 의회로 중앙집권 권력이 분산되어 다양한 계층이 정치에 폭넓게 참여하는 다원적 정치체계의 기초가 되었다. 또한 포용적 정치 제도하에서 집권자의 실정으로 선출된 의회 에 의해 언제든지 교체가 될 수 있었다. 포용적 정치 제도하에서 집권자의 부정부패 행위에 대한 이득보다 리스크가 착취적 정치제도에서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저자는, 포용적 경제 제도로 눈부신 문명을 이루었으나 착취적 정치제도에 의해 쇠락의 길을 걸었던 로마의 사례를 소개했다. 로마 공화국은 귀족과 평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권력이 한 사람에게만 집중되지 않고 두 명의 집정관, 원로원 그리고 호민관이 각기 권력을 분산하여 나누어 정치했다. 타 문화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 들였고, 정복한 국가의 민족은 로마 공화국의 시민으로 수용되어 세력을 넓혀갔다.


하지만 로마 공화국이 아우구스투스 한 사람에게 권력을 모두 몰아주어 사실상 황제가 되었고, 이때부터 로마 제국은 쇠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로마는 제국체제로 전환 후 국정 운영보다 황제 자리를 노리는 사람들로만 가득 찼다. 로마 쇠락시기에는 황제가 1년에만 여러 번 바뀌었던 적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으로 불안했다.


서로 다른 합의 알고리즘이 존재하겠지만, 필자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채굴자, 블록 생산자를 통틀어 편의상 ‘관리인’이라고 지칭하겠다. 생태계의 중요한 결정을 하는 ‘관리인’은 채굴 해시파워 경쟁으로 영향력을 획득할 수도 있고, 지분에 의해 선출될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네트워크의 신뢰성을 보장하고 인프라 구축의 의무가 있는 ‘관리인’이 토큰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받는다. 이들이 생태계의 거버넌스에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며, 토큰 이코노미 정책에 크게 좌지우지한다. 생태계의 포용적 거버넌스 안착 여부는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얼마나 빠르게 감지하고 교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투표자와 ‘관리인’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존재하며, 이들이 ‘관리인’이 되거나 유지하기 위해 권한과 권한사용에 대한 정보를 이용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고 충분히 설명할 유인이 존재하는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포용적 정치 제도가 자리 잡은 블록체인 프로젝트라면 폭넓은 이용자 계층의 거버넌스 의사결정 참여가 열려있을 것이다.



c. 창조적 파괴 혁신 허용


대부분 빈곤한 국가의 공통점은 국민의 창조적 파괴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는 빈곤한 국가의 집권 세력이 과학 문명의 혁신이 가져다줄 번영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닌 오히려 의도적으로 빈곤을 조장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파괴적 혁신은 집권 세력에 큰 위협이 될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영국에서의 번영과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나 러시아 제국의 번영은 당시 국토에 설치된 철도의 수와 비교할 수 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의 이익을 가장 먼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기계화의 수용에 대한 태도의 차이였다. 영국의 수많은 귀족은 자신의 정치적 입지 약화, 수공업 장인들은 수익의 악화를 우려하여 반대하였지만, 정치참여를 보장받고 있는 중산층과 노동계층의 이익이 더욱 컸으므로 기계화가 쉽게 되었다.


반면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나 러시아 제국은 자국의 산업화를 의도적으로 막았다. 농촌에 흩어진 인구가 도시에 모여 공장에서 일하면, 노동자들의 사상전파가 용이해져 자신들의 체제에 위협이 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제국은 산업혁명의 혜택을 보지 못했고 극소수의 철도만 설치되었을 뿐이다.


블록체인 프로젝트에서의 창조적 파괴 허용은 프로젝트 내에서 커뮤니티의 창의적 수익 창출 활동 장려일 것이다. 커뮤니티의 구성원의 고부가가치 창출에 의한 수익을 최대한 보장하여 창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들의 창조적 활동으로 프로젝트 내의 기득권 (예컨데 ‘관리인’)의 장기적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도 존재할 것이다. 이때 프로젝트가 이러한 창조적 파괴를 봉쇄하는 요소는 없는지, 혹은 허용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포용적 거버넌스


정리하자면, 필자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는 포용적 경제와 정치제도가 얼마나 잘 자리 잡았는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 사유재산권 인정과 법치주의
– 충분히 중앙집권화된 다원적 정치제도
– 창조적 파괴 혁신 허용


위의 특성들은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거버넌스 실패의 해답이 되지 못할 수도 있지만, 해답을 구하는 과정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본 콘텐츠는 블록체인 인사이트 미디어 '노더'에 기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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