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자는 호텔
30개 객실이 있는 소규모 호텔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부산 유명 관광지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듣기엔 그럴듯하지만, 관광객들이 찾기엔 조금 귀찮은 위치였다. 호텔 안내 데스크를 낮에는 사업주가 지키고, 밤 8시부터 아침 8시까지는 근로자가 지키며 근무했다.
근로계약서는 작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좀 묘했다. 밤 2시부터 새벽 6시까지를 무급 휴게시간으로 지정한 것이었다. 근로자는 그렇게 1년간 근무 후 퇴직한 사람이었다. 1년 내내 휴게시간에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며 신고를 넣었다.
"간이침대? 그거 그냥 장식 아니었나요?"
근로자의 말에 따르면, 안내 데스크 뒤편에 간이침대가 있긴 했다. 하지만 심야에도 손님이 끊이지 않았고, 예약 확인, 체크아웃 안내, 숙박비 결제는 물론 기계식 주차기를 작동하는 일까지 해야 해서 잘 수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사업주는 "내가 야간 근무도 해봤는데, 하루 4시간은 충분히 누워 잘 수 있어요!"라며 반박했다. 문제는 근로자가 퇴사한지 2개월 뒤 신고했고, CCTV 녹화 기록은 1개월 분량만 남아 있었다. 사업주는 "제가 침대에 누워 있는 걸 보여주는 영상이라도 가져올까요?"라고 말했지만, 그게 근로자의 근무 당시 상황을 100% 증명해줄 수는 없었다.
사업주에게 물었다.
"새벽 2시부터 6시까지는 호텔 문을 잠그고, 로비 전등 끄고 편히 자도 되나요?"
사업주는 잠시 말을 더듬다가 답했다.
"그건 안 됩니다."
그렇다면, 근로자는 언제든 손님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고,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휴식을 취할 수 없었다. 오랜 대질 조사 끝에, 근로자는 하루에 2시간 정도는 자유롭게 쉴 여지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사업주도 나머지 2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하고, 1년간의 해당 급여를 지급하겠다고 합의했다.
직업의 종류와 근로 형태는 일하는 곳의 수만큼이나 다양하고, 근로자가 몇 시간의 휴식을 취했는지는 일부 증거자료가 있더라도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같은 곳이라도 매일의 업무량이나 상황에 따라 그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일터에 있는 시간 전체가 노동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사업주는 ‘몸을 움직이고 눈에 보이는 일을 할 때’만 급여를 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서로를 얼마나 배려하느냐다.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휴게시간에 온전한 휴식을 제공하고, 근로자는 맡겨진 일에 충실히 임하면 갈등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진심 어린 배려를 받은 사람이 왜 신고하겠는가.
* 대기시간은 휴게시간일까
근로기준법에는 ‘작업을 위하여 근로자가 사용자의 지휘‧감독 아래에서 대기하는 시간은 근로시간으로 본다.’라고 되어 있다. 법은 이렇게 쉽게 한두 줄로 쓸 수 있지만, 현실은 매우 복잡다단하다. 문제는 ‘지휘‧감독 아래’에 있다는 것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가이다. 가령 손님이 들어오면 언제든지 본래의 업무를 하기 위해 긴장하고 준비된 상태에서 앉아있다면, 그 시간은 근로자의 처지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상태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경비원을 예로 들어보자. 아파트에서 경비실 문을 잠그고 별도 휴게실에서 취침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하는 대신, 일정 시간을 무급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무급 휴게시간 중에도 업무 특성상 간혹 화재나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경비원이 나서야 한다. 그러한 상황 발생빈도가 매우 낮음에도, 심지어 실제로 누워서 잠을 잔 시간까지 모두 근로시간으로 보고, 언제나 유급으로 해야만 할까. 이 사건도 손님이 없는 대기시간을 무급으로 할 수 있느냐, 아니면 누워있으면 휴게이고 앉아있으면 근로인가, 누워있는 것도 일부는 근로라면 몇 시간까지는 일한 것인가의 문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