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노무담 4

괴롭힘은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

by 박감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 한마디를 듣는 누구나 가슴이 철렁 내려앉게 된다. 사건을 담당하는 근로감독관에게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은 일반적인 체불 사건보다 훨씬 무겁고 민감하게 다가온다.




첫 번째 사건의 신고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대표님이 자꾸 대표실에서 담배를 피워요. 문 닫고 피우지만, 연기가 사무실로 들어오고요. 머리도 아프고 괴로워요. 임신한 직원도 있는데, 이 정도면 직장 내 괴롭힘 아닌가요?”


흡연 문제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까지 연결될 줄은 몰랐다. 사업주가 나름 해명했다.


“저는 주로 전자담배를 피우는데요, 거래처 대표님들이 오시면 연초도 피우고… 창문 열고 환기 잘합니다!”

회사를 방문해 보니, 대표실은 흡연 천국 같았다. 푹신한 소파 두 개가 놓여 있었고, 그곳에서 마주 앉아 대표들끼리 담배를 피우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보건 관계 법령상으로는 문제가 없었다. 그 건물이 금연건물로 지정되어 있지 않다면, 실내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운다고 해서 위법은 아니었다. 고의로 직원을 괴롭힐 의도가 있었다면 근로기준법상 괴롭힘으로 볼 수도 있으나, 문을 닫고 피우려는 노력은 있어서 괴롭힘으로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직원들의 근무환경이 악화되지 않도록 실내 흡연을 자제하라는 권고 공문을 발송하고 사건은 종결되었다.




다음 사건은 바다가 보이는 프랜차이즈 베이커리 카페였다. 신고자는 팀장이 공개적으로 자신을 혼내서 망신당했다며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우선, 사업장에서 자체 조사하도록 지도했다. 이에 프랜차이즈 본사 직원이 그 카페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본사에서는 신고인과 가해자로 지목된 팀장, 같은 시간대에 근무하는 직원들 대부분과 면담했다.


사실, 신고인은 여러 가지 문제를 일으키던 직원이었다. 다른 직원의 사생활을 여기저기에 옮기다가, 그 직원이 항의하자, 손님들이 보는 앞에서 오히려 심한 욕설을 내뱉어 사업주로부터 경고를 받고 경위서를 쓴 일도 있었다.

동료 직원들의 증언 내용은 모두 일치했다.


“빵을 진열할 때 찌그러뜨리는 일도 많았고, 업무도 늘 미숙했어요. 그 사람이 실수할 때마다 팀장은 오히려 인내심을 갖고 조용히 알려주곤 했어요. 매일 근무시작 전 조회 시간이 있는데, 하루는 팀장이 손님으로부터 받은 컴플레인 내용을 알려주며 일상적으로 주의 사항을 교육했어요. 누가 실수했는지 밝히거나 망신 준 적은 없어요.”


신고인은 그것조차 자기를 향한 비난으로 받아들였다. 결국, 이 사건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할 수 없어, 사건을 종결했다.




마지막 사건은 60대 아파트 경비원의 이야기다. 그는 경비반장과 동료 경비원에게 괴롭힘을 당했다고 신고했다. 심지어 동료는 나이가 그보다 스무 살 이상 어렸다. 녹취 파일에는 아버지뻘 되는 신고인에게 욕설과 반말을 서슴지 않는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었어요.”


경비반장도 성격이 내향적인 신고인을 괴롭히는데 합세하여, 맡은 일을 성실하게 하는 신고인에게 단지 말과 행동이 느리다는 이유만으로 막말과 욕설을 일상적으로 퍼부었다.

신고인이 참다 못하여, 소속된 경비용역업체 간부와 관리사무소장에게 괴로움을 토로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여러 성격의 사람이 있으니 이해하고 잘 어울려 지내세요.’라는 것뿐이었다. 신고인은 결국 증거를 남기기 위해 욕설과 폭언이 있을 때마다 녹음했고, 그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나 역시 신고인의 고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신고인이 소속된 용역업체는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가 괴롭힘으로 인해 노동청 신고 이후 사용한 병가를 모두 유급으로 변경하였고,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징계 조치하고, 피해자와는 다른 장소에 근무하도록 인사명령을 하였다. 신고인에게는 피해에 대해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신고인은 이에 합의했다.


괴롭힘 없는 직장도 충분히 괴롭다. 그런데 비인격적인 고통을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은 삶의 의욕을 앗아가는 지옥이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그들이 주는 고통이 또 하나 있다면, 매년 지루하게 반복되는 교육을 억지로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선량한 사람들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예방 교육을 들어야 하는 것도, 이 세상의 가해자들이 안겨주는 불쾌감이다.


인터넷에서 ‘좋아요’ 버튼만 누르는 것도 데이터 전송, 서버 사용으로 인한 탄소배출로 결국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인터넷으로 전국의 근로자들이 교육을 수강한다면, 도대체 가해자들로 인해 낭비되는 전기와 데이터가 얼마나 많을까. 그들은 사람의 마음뿐 아니라, 지구 환경도 파괴한다.



* 직장 내 괴롭힘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독자적인 법률은 없고, 2019년부터 근로기준법에 신설 조항을 추가하여 괴롭힘 행위 금지와 사업주의 조치 의무를 명문화했다. 해당 조항은 상시 근로자 5명 이상의 사업장에만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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