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노무담 5

장학금 미용실

by 박감

오전 9시부터 밤 9시까지. 근로자는 하루 12시간 동안 미용실에서 빗자루를 들고 머리카락을 쓸었다. 손님의 머리를 감기고, 드라이어로 말리고, 심지어 파마 손님의 머리도 돌돌 말았다. 그 대가로 받은 건 고작 월 90만 원이었다.

근로자가 들고 온 계약서의 제목은 ‘교육 계약서’. 근로계약서에서 ‘근로’를 ‘교육’으로만 바꾸어 비슷하게 쓴 내용이었다. ‘을의 의무’는 출퇴근 시간 준수, 지각 시 불이익, 업무별 준수사항 등으로 빼곡했지만, ‘을의 권리’는 ‘교육비 90만 원을 받는다.’라는 한 줄뿐이었다. 연차? 휴게시간? 주휴수당? 그런 건 없었다. 하지만 사업주의 항변은 당당했다.


“미용사 자격증 있다고 바로 손님 머리 자를 수 있는 거 아니에요. 최소 6개월은 걸립니다. 옆에서 보여주고 가르쳐야 한다고요. 일을 시킨 게 아니라, 교육을 한 거라고요. 교육 계약서잖아요!”


내가 물었다.


“교육해준다면서 왜 돈을 안 받고, 오히려 돈을 주죠?”


순간 사업주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다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쯤 되면 사업주를 미용 산업의 ‘스승’으로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루 12시간이나 교육을 해주고, 자기 돈을 털어 매월 장학금(?)까지 주는 사업주라니. 게다가 교육심리학을 전공했는지,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결근 시 교육비를 하루에 5만 원씩 차감한다는 조항까지 넣었다.


“혹시 일을 시키고, 그 대가로 임금을 지급하신 건 아닌가요?”


내 질문에 그는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물론, 콜센터 상담원 등 일부 직종에서는 채용 전 교육 과정에 일정한 교육비를 지급하는 예도 있다. 하지만 그 교육이 사실상 노동력을 제공하는 시간이라면, 그것은 근로다.

사업주가 자세한 업무 내용에 대해 진술하지 않아, 대질 조사를 했다. 12시간 중 ‘교육’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은 고작 영업 종료 후 15분 남짓. 그것도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사업주나 다른 미용사의 머리를 맡기면서 실습해보라며 가르치는 것뿐이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근로자가 손님을 응대하며 노동력을 제공했다.

출퇴근 시간은 명확히 정해져 있었고, 이를 어기면 불이익이 따랐다. 근무 장소도 고정되어 있었으며,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일했다. 이건 명백히 근로였다. 결국, 근로자로 인정하여 최저임금에 미달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시정지시 했다.


미용실뿐만 아니라 고등학교나 대학의 현장실습이라는 이름 아래 이루어지는 ‘교육’도 이와 다르지 않다. 사회 초년생들의 간절함을 악용해 최저임금도 주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하는 사례가 여전히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알찬 교육을 제공하고, 교육비를 받고 싶다면 정당하게 받으면 된다. 반대로, 일을 시켰다면 그 시간에 대한 급여만큼은 정확히 지급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다툴 일도 없고 서로의 마음도 상하지 않을 것이다.


‘무료로 교육해주고, 실습비도 지급합니다!’


이런 구인 광고를 보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이는 사업주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교묘히 만든 함정일 가능성이 크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이상, 광고비를 내고 자선사업의 수혜자를 모집하는 곳은 극히 드물다. 자선단체조차도 후원금을 요청하기 위해서만 광고를 한다. 교육을 가장한 광고에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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