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픔을 아는 병원
‘왜 의사가 직원들 임금을 체불했지?’
처음 사건 서류를 받았을 때 든 생각이었다. 편견일 수도 있지만, 의사라는 직업이 주는 이미지 때문일까, ‘의사가 직원 월급을 못 주는 일이 있을까?’ 하고 의아했다.
물론 병·의원도 입지, 서비스, 시설 등에 따라 매출이 천차만별일 것이다. 임대료가 비싼 도심에 대규모로 개원했다가 예상보다 환자가 적어 문을 닫는 일도 있을 거다. 그러나 대단지 아파트 상가에서 운영하는 작은 동네 의원이 경영난에 빠질 확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보였다. 게다가 의사는 전문직이라 다른 병원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하면 금방 손실을 메울 수도 있을 텐데, 퇴직한 직원 월급을 1년 반 동안 못 줬다는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았다.
이 사업주는 아파트 상가에 의원을 개업하고 1년 만에 폐업한 후, 또다시 다른 아파트에서 개업한 지 1년 만에 거듭 폐업했다. 각각의 의원에서 근무했던 직원 한 명씩 총 두 명이 잇따라 신고를 했다.
사업주 출석일이 되었다. 누군가 걸어오는데, 체형이 보통 사람과는 달랐다. 그의 등은 커다란 혹처럼 튀어나와 있었고, 목은 앞으로 굽어 있었다. 그는 머리를 곧게 들 수 없어서 바닥을 보며 불편하게 걷고 있었다. 사업주는 척추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설마 그 사람이 의사인 사업주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부끄럽게도 순간적으로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 어색해 눈을 마주치지도 못했고, 평소처럼 인사조차 하지 못했다. 그는 그가 살아오며 느꼈을 그 무수한 시선들과 다르지 않게 굳어있는 내 표정을 바라보며, 먼저 무심히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 출석했던 근로자들은 둘 다, 사업주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다만, 의원이 첫 달에는 잘 되다가, 점점 손님이 줄더니, 1년 정도 되어서는 손님이 거의 없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장애를 향한 사람들의 편견을 깨뜨리기 위해 남들보다 더욱 열심히 공부했을 것이다.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직업을 가지면, 그러한 사람들의 시선이 조금이라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그리고 마침에 의대에 합격했을 때, 모든 과정을 마치고 졸업 후 의사 시험에 통과했을 때, 그와 그의 가족들은 얼마나 기뻤을까. 하지만, 드라마《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의 우영우처럼, 그의 장애만을 보고, 그의 실력과는 상관없이 여러 병원에서 그를 채용하기 꺼렸을 것이다.
그는 취업이 잘되지 않아, 대출을 받아 의원을 개업했다고 했다. 처음 개업한 의원이 실패하자, 이번엔 좀 더 좋은 입지의 새로운 곳에 재도전했다. 대출을 더 받아 겨우 문을 열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현재 그는 대학 선배의 도움으로 병원에 취업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출금이 밀려, 경제적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대지급금을 통해 직원들의 임금은 해결되었지만, 오랜 기간 고생했던 근로자들은 사업주의 처벌을 원했다. 결국 사업주는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문득 생각했다. 그의 외모나 장애를 이유로 환자들이 병원을 찾지 않았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장애인 의사가 진료하는 병원은 오히려 아픈 몸과 마음을 더 잘 이해해줄 수 있는 병원이 아닐까. 그게 우리에게 더 큰 위안과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