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노무담 11

당장 그만둬

by 박감

3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하거나, 그렇지 못했다면 30일 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근로기준법 제26조).

사건은 32세 대형 트레일러 운전자와 55세 차주 사이에 발생했다. 이들은 24시간 트레일러 운행이라는 고된 일상을 하나의 차량으로 번갈아 가며 했다. 교대로 고생한다는 점에서 친밀해질 법도 했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충돌했다.

차주는 근로자가 운행 중 경고등이 뜨면, 차고지로 돌아오기 전에 정비소에 들러 차량을 손봐주길 원했다. 하지만 근로자는 ‘정비는 차주의 일이지 내 일이 아니다.’라며 언제나 ‘칼퇴’했다. 차주는 불안한 마음으로 다음 운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

과적 문제도 불씨가 됐다. 화주(배송의뢰인)가 과적을 요구할 때, 차주는 매출을 위해 이를 받아주길 바랐지만, 근로자는 단호히 거절했다.


"과적은 불법이고, 걸리면 벌점이 누적되잖아요. 제 면허는 제 생계 수단입니다."


법적으론 근로자가 옳았지만, 차주는 손해를 감수해야 했기에 불만이 쌓였다.

결정적 사건은 근로자가 차에다가 ‘형님, 저 목요일 쉴게요.’라는 쪽지 한 장만 남긴 일이었다. 정해진 휴무일도 아니었고, 차주도 그날은 아들 졸업식에 참석해야 했다. 게다가 이렇게 쪽지로 갑자기 결근을 통보하는 일이 벌써 세 번째였다. 운행을 마치고 잠을 계속 자는지, 온종일 전화기도 꺼져 있었다. 화가 난 차주는 결국 근로자가 출근하는 날 새벽, 탑승하려는 차 앞에서 기다렸다.


"당장 키 내놔."


갑작스럽게 해고한 순간이었다.

차주는 해고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마음이 맞지 않는 근로자를 참아가며 높은 급여도 주었고, 과적을 거부해 화주와의 계약에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결국 처벌받더라도 근로자에게 돈은 지급할 수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입건해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임금 체불 등 사건에서 형사처벌로 벌금을 낸다고 해서 근로자에게 돈을 줄 민사상 의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형사상 유죄가 확정되면, 민사소송에서도 사업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 근로자는 국선변호인의 도움으로 무료로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으며, 승소하면 체불된 금액은 물론, 연 20%의 지연이자(임금‧퇴직금만 해당)까지 받아낼 수 있다. ‘벌금만 내고 말지.’라는 말은 사실을 잘 몰라서 하는 말이다. 돈을 지급하게 되는 시간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결국 더 많은 돈을 줘야 하고, 형사처벌 전과가 남으며, 비슷한 일이 다음에 발생했을 때 형량(벌금 액수)은 점점 높아진다.

근로자가 갑자기 사직서를 내밀면서 내일부터 못 나오겠다고 하면, 사업주도 얼마나 당황스럽겠는가. 해고할 때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사업주 역시 법에 정한 기간은 꼭 예고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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