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노무담 13

정 때문에

by 박감

강사 20명이 강의하는 학원이었다. 이 학원 원장은 노동청의 '단골손님'이었다. 그동안 신고 들어온 것만 11건, 이번 건이 12번째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단 한 번도 처벌받은 적이 없었다. 상습 임금 체불자의 처벌 안 받기 대회가 있다면, 단연 금메달감이었다.

이 원장의 무서운 임금 체불 기술은 이랬다.

첫째, 자기 월급과, 친인척으로 구성된 행정실 직원의 월급은 100% 지급한다(가족애가 돋보이는 경영 철학). 둘째, 강사의 월급은 절반만 준다(밥은 먹고 살아야 계속 강의하니까). 셋째, 퇴사한 강사의 체불 임금은 최대한 미룬다(배신자 응징).

그만두면 그동안 밀린 임금 다 떼일까 싶어, 다들 그만두지도 못하고 반토막 월급을 받으면서 학원 경영이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퇴사 후 노동청에 신고하면, 원장이 연락해 울며 설득했다. 강사들은 대부분 재직기간이 5~10년 정도로, 사업주인 원장과의 유대관계가 깊게 형성되어 있었다. 이번에도 내 앞에서, 원장이 신고한 근로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선생님! 노동청에 신고했다면서요. 우리 학원 사정 잘 알잖아. 암만 쥐어짜도 돈이 안 나온다는 거. 내가 처벌까지 받길 바라는 건 아니죠? 벌금 나오면 그거 내느라 다른 선생들 월급 더 밀려요. 내가 특별히 김 선생한테만 100만 원 당장 보내줄게요. 나머지는 다음 달부터 꼭 50만 원씩 갚고. 딴 선생들한텐 말하지 말고요. 취하만 해줘요. 학원 곧 좋아지면 일시불로 다 갚아 줄 거야. 내가 이렇게 빌게! 나도 너무 힘들어서 그래. 흑…"

이런 방식으로 회유해서 원장은 열한 건의 신고를 취하시켰던 거다. 이번 신고자에게는 사업주 처벌의 필요성을 여러 번 설명했지만, 사업주가 더 열심히 전화해서 설득했고, 12번째도 어김없이 근로자에게 취하를 받아냈다. 원장의 말솜씨와 감정 연기는 법보다 강력했다.

이 학원 사건은 반의사불벌죄의 맹점을 보여준다. 근로자가 명시적으로 사업주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근로감독관은 수사를 중단해야만 한다. 원장은 자신과 친인척들의 소득 유지를 위해 장기간 체불을 악의적으로 반복하면서도 처벌받지 않았다. 학원의 경영 상태가 나아질 가능성은 낮았고, 결국 강사들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임금 체불에 관한 반의사불벌 조항을 폐지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민감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얽혀 있어, 반의사불벌 조항을 완전히 폐지하는 데까지는 아마도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하지만 점차 임금 체불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에 대한 반의사불벌 적용 제외

2025년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 근로기준법은,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대상(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에게는 반의사불벌 조항 적용을 제외하고, 출국금지 조치도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또한 개정법은, 유죄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더라도 일정 기준 이상의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에게는 신용제재를 하고 정부 지원과 공공사업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등 경제적 제재가 확대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업주들의 경영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영계의 주장도 있지만, 2024년 한 해 임금 체불 근로자는 28만 명에 체불 금액은 2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임금 체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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