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노무담 14

갈비탕 세 사발

by 박감

오늘도 근로계약서 미작성 사건이 접수됐다. 이번에는 갈비탕집에서 일하던 스무 살 청년이 신고를 넣었다. 상황을 듣기 위해 청년을 먼저 불러 진술을 들어봤다.


"주방에서 3주 일했는데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요, 제가 고기를 조금 집어 먹었다고 해고당했어요.“


여기까지는 흔한 신고사건 같았다. 그런데 추가로 들려온 말에 귀가 쫑긋 섰다.


"그것 때문에요, 저를 경찰에 업무상횡령으로 고소했대요!"


잠시만요. 고기를 먹었다는 이유로, 해고도 모자라 경찰 고소까지? 이건 무슨 진흙탕 싸움인가 싶었다. 물론, 법적으로 주방 음식을 허락 없이 손대는 건 엄연히 횡령이 맞다. 하지만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이라면 음식 맛을 보게 허락해 주는 게 인간적인 도리가 아닌가? 젊은 청년이 이런 일로 고소까지 당한다니, 솔직히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뒤, 사업주가 출석했다.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사업주는 갈비탕집만 운영하는 게 아니라 여러 식당을 거느린 사장님이었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청년의 근무 초기, 혹시 지시대로 잘하고 있는지 주방 CCTV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 찍힌 장면은 우리의 예상을 산산이 깨버렸다.


화면 속 청년은 갈비탕 재료인 고기가 붙은 갈빗대를 한 손 가득 쌓아 올려 사발에 담고 있었다. 국물은 없다. 순도 100% 고기. 그렇게 세 사발을 먹어 치웠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대식가 대회 출전감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거 CCTV까지 돌려보니, 같은 일이 매일같이 반복됐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기를 먹던 손을 씻지도 않고 재료 통에 다시 손을 넣어 집었다는 것이다. 위생 문제까지 터지니 사업주 처지에서는 머리가 아프지 않았겠나 싶었다.

직원용 식사가 따로 준비돼 있었음에도, 청년은 그것 대신 고기를 선택했다. 청년이 먹은 고기의 양은 손님용 재료를 위협할 수준이었다. 사업주는 이 청년에게 몇 차례 주의하라고 하였으나 고쳐지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고기를 지키기 위해 해고를 단행했다고.

그런데 업무상 횡령으로 고소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처음엔 그걸로 고소까지 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근로자가 저를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신고했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맞대응한 겁니다.“


경찰 고소장에 적힌 날짜는, 청년이 노동청에 신고한 바로 다음 날이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사실은 명백했기에, 결국 입건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할 수밖에 없었다. 사업주의 진술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 사건으로 양쪽 모두 벌금을 물고 전과가 남을 가능성이 크다. 조금 더 대화와 양보로 풀어나갔다면 이렇게까지는 가지 않았을 텐데… 고작 고기가 불씨가 되어 이토록 큰 갈등으로 번진 상황이 못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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