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냐 아니냐
“넌 나랑 안 맞아서, 더는 같이하기 힘들겠다.”
사업주가 그날 그에게 한 말이다.
파스타를 주력으로 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홀 서빙을 맡은 그는 3년 동안 일했고, 가장 유능한 직원이었다. 사업주도 그를 꽤 신뢰했기에, 가끔은 “2호점 열면 점장 자리는 네 거야!”라며 치켜세우곤 했다.
하지만 사건의 발단은 손님의 불만 응대 방법 차이였다.
“음식 맛이 너무 별로라서 이건 계산서에서 빼주셔야겠네요.”
손님의 요구에, 사업주는 그에게 귓속말로 재촉했다.
“괜히 악플 달리면 안 되니까, 그냥 빼고 계산해 드려.”
하지만 그는 접시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거의 다 먹었는데요? 맛없었다면서 다 드신 이유는요?”
그 순간 사업주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를 말리는 사업주를 아랑곳하지도 않고, 결국 그는 손님과 끝까지 다투었다.
사업주는 그날 퇴근 무렵 그를 불러 말했다.
“그래도 내가 사장인데, 내 말은 무시하고 소리 지르면서까지 싸우는 건 아니지 않니? 사실 평소에도 너 때문에 참 힘들었어. 넌 나랑 안 맞아서, 더는 같이할 수가 없을 것 같다. 30일 뒤에 나가도 되고, 네가 불편하면 내일부터 안 나와도 돼. 그건 네가 선택할 수 있어. 어떻게 할래?”
근로자는 사업주를 더는 보기 싫어, 그다음 날부터 나오지 않겠다고 답했고, 며칠 뒤 사업주를 노동청에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으로 신고했다.
양측 진술은 대체로 일치했다. 녹취를 들어보니 분위기가 밝지는 않았지만, 강압적으로 무조건 바로 다음 날부터 나오지 말라는 식은 아니었다. 사업주의 말은, ‘해고 통보했으니 30일 뒤에 나가라. 아니면 그 전에 권고사직으로 당장 퇴사해도 된다.’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었다. 결국 사업주가 해고 예고도 했고, 실제 이 퇴사의 법적 성격은 해고가 아니라 권고사직이라고 판단했기에, 근로자의 해고예고수당 청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해고예고수당은, 근로관계 종료의 직접적인 원인이 '해고'이어야 청구할 수 있다. 해고는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양측의 의사 합치가 있는 권고사직과는 다르다.
* 해고와 권고사직
이 둘은 정말 말 한마디 차이로, 사직서가 없다면 실무상 구별하기 힘들 때가 많다. 근로자가 사업주의 해고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사업주가 나오지 말라고 했을 때, 근로자는 자진해서 그만둘 의사가 없음을 사업주에게 한 번 더 밝히는 것이 좋다. 그에 대해 사업주가, 근로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재차 나오지 말라고 답변한 것을, 문자나 녹취 등의 증거자료로 남겨두는 것이 추후 분쟁에서 유리하다. 또한 해고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개인 사정으로 퇴사를 원한다.’라는 내용의 사직서는 사업주가 써 달라면서 내밀어도 서명하면 안 된다. 해고는 사업주의 '일방적인' 통보이기 때문에, 근로자가 사직서를 쓰는 순간 ‘쌍방적인’ 합의가 되어 해고는 성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