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청 노무담 28

합의금만 주세요

by 박감

한 근로자가 근로계약서를 받지 않았다고 신고했다. 근로계약서는 작성했으나, 사업주가 사본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근로자는 최저임금으로 시급제 근무를 했고, 특별히 다른 수당을 받기로 한 것은 없었다. 약정된 근로시간 동안 일했고, 정해진 1시간의 휴게시간도 정확히 지켰다. 게다가 사업장이 5명 미만이었기 때문에 원래 연차휴가도 적용되지 않았다.

따라서 근로계약서 사본이 없었다고 해서 근로자가 실제로 어떤 불이익을 받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것은 해고였다. 가게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주는 근로자를 두 달 반 만에 해고했다. 이에 근로자는 해고에 따른 위로금을 요구했으나 사업주가 이를 거절하자 신고를 하게 된 것이다. 근로자에게 사업주의 처벌을 원하는지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사업주 처벌은 원하지 않아요.”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서도 왜 신고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근로계약서 미교부는 사업주 처벌을 전제로 하는 신고였다. 근로자의 의도를 물으니, 신고를 취하하는 조건으로 합의금을 받고 싶다는 것이었다. 형사 사건에서 합의금 문제는 양 당사자가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하는 문제라서, 근로감독관이 이에 개입할 수는 없다.

며칠 뒤 사업주가 출석했다. 사업주는 근로계약서 사본을 교부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했고, 즉시 범죄인지 했다. 근로계약서 미교부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일단 입건하면 근로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다만 근로자가 합의금을 받고 처벌불원서를 제출한다면,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지거나 법원에서 정상 참작은 가능하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200만 원의 퇴직 위로금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사업주가 보기에는 터무니없는 요구라고 생각되어 이를 거절했다고 했다. 실제로 5명 미만의 사업장에서 3개월 미만 근무한 근로자는 이유 없는 해고에도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렵다. 소규모 사업장은 사업주 역시 경제적으로 힘들 수 있으므로, 해고 시 어느 정도의 유연성은 인정해 준다.

합의금을 주지 못하겠다는 사업주의 태도에, 이번에는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목격했다며 추가 진정서를 제출했다. 내용에 따르면 가게 개업 초기, 직원이 5명이었던 시절에 사업주가 한 직원을 괴롭혔다는 내용이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피해자가 아닌 제삼자도 신고할 수 있다. 그러나 피해 사실을 입증하려면 피해자의 직접적인 진술과 조사 진행 의지가 결정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퇴직 직원에게 연락해서 내용을 설명하자, 그는 황당해했다. 그는 근무 시간에 게임을 하다가 사업주에게 지적받은 일이 있을 뿐, 특별히 괴롭힘을 당한 적은 없다고 했다. 따라서, 출석이나 추가 진술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본인이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했다고, 혹은 단순히 억울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남발하거나, 사업주에게 돈을 받아내기 위한 협상의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신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괴롭힘 사실이 아닌 것을 알면서도 신고했다면 이는 무고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결국 근로계약서 미교부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었고,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행정종결로 마무리되었다. 근로자는 자신이 원하는 합의금은 받지 못했고, 사업주는 소액의 벌금형을 부과받았다.



* 범죄인지와 입건

범죄인지란 경찰이 범죄가 성립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행위이고, 입건이란 정식 사건으로 성립시키는 것을 뜻한다. 전자는 경찰이 범죄를 발견한 행위에 초점을 맞춘 것이고, 후자는 사건의 진행 상태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실무적으로 두 단어는 같은 의미로 쓰인다. 글로 써 놓으니 매우 어려운데, 쉽게 말해 단순한 민원 처리(내사) 단계에서 정식 수사단계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사업주는 피의자로 전환된다.


* 처벌불원서

수사기관에 제출할 용도로, 근로자가 ‘피의자(사업주)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으로 작성한 서류이다. 반의사불벌죄라면 수사절차가 즉시 중단되고 피의자는 ‘공소권 없음’으로 불기소 처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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