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간 쌓아 올린 땀방울
30년 이상 같은 회사 소속으로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고 주장하는 근로자가 퇴직금을 받지 못했다며 신고했다. 그는 일용근로자로 시작해, 오랜 기간 근무하며 점차 다양한 공정 기술을 익힌 숙련공이 되어 갔다. 이후 2019년에는 회사와 상용직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현장의 중간관리자인 현장 반장 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2024년, 정년퇴직을 맞았다.
근로자는 자신이 처음 일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퇴직금을 산정해달라고 주장했다. 법적으로 일용근로자라도 주 15시간 이상 근무하며 1년 이상 연속해서 일한 경우 퇴직금 지급 대상이 된다. 문제는 회사에 그의 입사 시점에 대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회사는 일용근로자의 서류는 3년간 보관 후 폐기했기 때문에, 2019년 상용직 계약 이후의 자료만 남아 있었다. 사업주 측에서는 정확한 근거가 있는 2019년 이후 근로기간만 인정하겠다고 주장했다. 그 이전에는 일용근로자의 특성상 근로관계가 단절된 기간이 있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고용보험 전산에는 2014년 이후의 일용근로 기록이 남아 있었다. 이 기록에 따르면, 근로자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주 6일 근무하며 근로관계가 단절되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30년 이상 근무했다는 그의 주장을 입증할 수는 없었다.
근로자는 아내와 함께 노동청을 찾아왔다. 그는 기억을 더듬으며, 1991년 정도부터 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아내는 통장 거래내역서를 제출했는데, 이 회사 명의로 급여가 입금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0년 1월이었다.
2000년 이전 급여 지급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회사 법인통장을 살펴보았으나, 대량 급여 이체 방식이라 개별 근로자의 이름은 기록되지 않았다. 은행에서도 오래된 대량 이체 내역은 보관되지 않아 더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근로자에게 3주의 시간을 주고, 추가로 관련 증거를 찾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통장 내역이 없다면 월급봉투, 가계부, 수첩의 메모라도 제출하라고 했다.
기한이 거의 끝날 무렵, 그의 아내가 전화를 걸어와 팩스로 자료를 제출했다. 1995년부터 1999년까지의 통장 거래내역이었다.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다른 통장으로 월급을 받은 적이 있었다. 1995년 8월 10일, 회사 명의의 첫 급여가 입금된 기록이 있었고, 이후 매월 10일에 거의 같은 금액이 입금되었다. 이를 통해 근로자가 1995년 7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었다. 회사도 이를 근거로 1995년 7월 1일을 그의 입사일로 인정했다.
퇴직금 산정은 마지막 3개월간의 평균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근로자가 현장관리자로 근무하며 받았던 급여를 기준으로 이루어졌다. 양측이 합의한 금액은 약 1억 7천만 원이었다. 회사는 금액이 확정된 지 3일 만에 퇴직금을 전액 지급했다.
증거 제출과 조사 과정에서 근로자의 아내가 큰 도움을 주었다. 원칙적으로 장애인 등 조력자가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진술조서를 작성하는 자리에 가족이나 지인은 동석시키지 않는다. 공인노무사나 변호사와 같은 법률대리인이 아니라, 법률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자기 나름의 기준을 세워 꼭 필요한 근로자의 진술을 가로막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해서 조사를 방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의 아내가 처음엔 너무 자연스럽게 동석해서, 진술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려달라는 말을 굳이 하지 않았다. 진술을 마칠 무렵 알게 되었지만, 근로자는 자기 이름 외에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다 작성된 진술조서를 옆에서 아내가 읽어주면, 근로자가 서명했다.
글을 배우지는 못했지만, 그는 고된 건설 현장에서 정년까지 성실히 일하며 가족을 부양했다. 오랜 기간 일한 정당한 대가를 받게 되어 다행이었다.
그 부부가 퇴직금 문제를 해결하고 밝은 얼굴로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단란하고 평온한 노후를 보내길 맘속으로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