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한우
400평 정도 되는 대형 한우 고깃집이었다. 임금 1개월씩을 받지 못한 사람이 두 명, 임금과 퇴직금 모두 받지 못한 사람이 한 명 더. 그렇게 줄줄이 신고가 들어왔다.
“사장님, 사업 정리하셔야겠는데요?”
일개 노동청 공무원이, 남이 운영 중인 사업을 접으라 말라, 무슨 오지랖인가 하겠지만, 해도 해도 체불이 너무 심했다. 최근 3년간 신고가 20건 넘게 들어왔었고, 끝까지 해결이 안 되어 기소로 송치된 게 4건이나 됐다. 전과 4범이었다.
“정리를 하라뇨? 전 절대 못 해요. 들어간 돈이 얼만데… 건물 사느라 은행서 27억 빌렸어요. 이자만 해도 매달 수천만 원이에요. 지금 접으면… 큰일 나요.”
전기, 가스요금, 인건비 등 고정 운영비용도 엄청났다. 개업 초기에 월 2억 원이 넘던 매출이 점점 줄어들었고, 2년 전부터 사업 이윤이 적자로 접어들어 지금까지 회복할 기미가 없었다. 은행에서 빌린 원금은 그대로 남아있었고, 사업을 중단하면 당장 그 빚을 갚을 능력은 되지 않았다. 사업주 처지에서는 적자가 나더라도 사업 운영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사장님, 이렇게 계속 운영하다가는 큰일 나요. 이러다가는 구속될 수도 있다고요."
사업주의 근로기준법 위반 전과가 늘어날수록, 법원에서 선고되는 벌금 액수는 계속 커졌다. 다음에 큰 금액의 체불이 생기면, 고액·상습 체불자 구속수사 원칙에 따라, 언제든 구속해야만 할 정도였다.
사업주의 주장은, 사업 손실을 근로자도 다 같이 나눠서 부담하자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사업주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은 이해가 갔지만, 그래도 직원이 무슨 동업자란 말인가!
월급을 못 받고 나간 근로자 자리에, 돈 못 줄 걸 알면서도 새로운 사람을 또 채용해서 반복적으로 체불을 만들어 내는 건 사기 행위에 가까웠다.
결국 법원에서 사업주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고, 신고한 근로자 3명은 다행히 체불 임금과 퇴직금 전액을 국가에서 받을 수 있었다. 행정 절차만으로 지급되는 간이대지급금은 요건이 안 되어 받지 못했지만, 근로자들은 모두 사업주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산재보험에 6개월 이상 가입한 사업장에서 일했다면, 국선변호인을 통해 무료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승소 확정판결을 받으면 국가에 대지급금을 신청할 수 있다. 국가는 근로자의 임금 채권에 대해 대위권을 행사해 사업주의 건물을 압류하거나 매각할 수 있다. 또한, 최종 3개월 간의 임금, 최종 3년 간의 퇴직금은 최우선변제권이 있어, 사업주의 건물에 담보권을 먼저 설정한 은행보다 우선해서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체불사업주 명단 공개 제도도 있다. 최근 3년간 임금 등 체불로 2회 이상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체불 총액이 3천만 원 이상이면 사업주의 성명, 나이, 사업장명, 주소, 체불액까지 공개된다. 하지만 이 고깃집 사장은 그 기준에 해당되지 않았다.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던 사건의 체불 총액이 3천만 원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긴 하지만, 명단 공개 범위를 조금은 더 확대(최근 3년간 체불 총액 3천만원 → 2천만원 등으로)하여야 실질적으로 법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액 체불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았더라도 이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그 전에 이미 여러 건의 많은 액수의 행정적인 체불 신고가 들어왔지만, 합의 등으로 무마되어 처벌받지 않았던 사업장인 경우가 많다.
명단 공개 제도는 취업하려는 근로자에게 정보를 제공하여 추가 피해를 막고, 사업주들로 하여금 경각심을 일으켜 체불을 예방하는 데 그 목적이 있을 것이다. 명단 공개 범위를 확대한다면, 비용 대비 예방 효과가 높은 제도로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업주가 계속 범죄 전과를 만들어 내는 것보다, 명단 공개가 빨리 되어 체불을 중단하는 편이 오히려 그 사업주의 인생에 대한 국가의 법익 침해 총량이 줄어든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경영을 위축시키는 일이 아니고, 오히려 여러 사업주가 찬성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절대 다수의 사업주가, 사업이 어렵더라도 직원들 임금 지급만은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이미 밀리지 않고 책임감 있게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에 대한 반의사불벌 적용 제외
2025년 10월부터 시행 예정인 개정 근로기준법은, 체불 사업주 명단 공개 대상(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에게는 반의사불벌 조항 적용을 제외하고, 출국금지 조치도 가능하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되었다. 또한 개정법은, 유죄 확정판결을 받지 않았더라도 일정 기준 이상의 상습·고액 체불 사업주에게는 신용제재를 하고 정부 지원과 공공사업 입찰 자격을 제한하는 등 경제적 제재가 확대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사업주들의 경영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경영계의 주장도 있지만, 2024년 한 해 임금 체불 근로자는 28만 명에 체불 금액은 2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임금 체불은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커다란 사회적 문제이다.
반의사불벌 조항을 완전히 폐지하는 데는 경영계의 반대 외에도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상호 합의나 시정지시만으로 행정 종결되던 과반수 사건의 사업주를 모두 형사처벌 하게 된다면, 늘어나는 수사업무만큼 근로감독관의 수를 늘려야 하고, 이후 형사소송 절차를 위한 검찰과 법원의 인력도 필수적으로 증원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국민 전체가 부담하게 되는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도 법 개정의 장벽 중 하나이다.
반면에, 앞서 확대하자고 제안한 명단공개 제도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단순히 행정 처리이기 때문에, 이러한 추가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 또한, 명단공개 사업장은 주요 채용 사이트에 연계되어, 그 회사에서 올린 채용공고에 주의 표시가 자동으로 뜨도록 해야, 추가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등에서 따로 검색해야만 명단공개 사업장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