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밤이 어때서
지금은 없는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한때 군대 훈련소의 사격장에서 조교들이 늘 하던 말이 있었다.
“군 규정상 유일하게 사격장에서는 지휘관의 구타가 허용된다.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실수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으니까 그런 거야. 알겠나?”
그 말을 들으면 늘 많은 의문이 들었다. 정말 규정이 그렇게 되어 있을까, 아니면 그저 겁을 주려는 거짓말일까? 폭행으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면 오히려 평소 잘 알던 안전 수칙도 잊고 더 큰 실수를 저지를 것 같은데?
군법이 어땠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근로기준법은 명확하다.
근로기준법 제8조(폭행의 금지) 사용자는 사고의 발생이나 그 밖의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자에게 폭행을 하지 못한다.
어떠한 이유로도,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는 명목이 있거나, 심지어 업무상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라도 사업주는 근로자를 폭행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의 신고자는 한 문구 판매점의 경리직원이었다. 그녀는 업무 중 실수가 잦았다. 내향적인 성격 때문에 동료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했고, 모르는 것을 잘 물어보지도 못해서 업무를 배우는 속도가 느렸다. 그런데 그녀가 실수할 때마다 사업주는 불같이 화를 냈고, 자주 주먹으로 머리를 쥐어박았다. 심지어 다른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그렇게 할 때가 많았다.
“맞아요. 내가 대여섯 번 꿀밤 좀 줬어요. 실수한 직원한테 꿀밤 준 게, 뭐 그리 큰 죕니까? 다 잘하라고 그런 거고, 내 자식 같아서 그런 거죠.”
'자식 같아서'나 ‘딸 같아서’라는 표현이 얼마나 만능 변명이 될 수 있는지 실감했다. 성범죄든, 폭행이든, 가해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이 말을 더는 듣고 싶지 않았다.
처음에 근로자는 자신이 사업주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다. 하지만 근로자가 근무하던 회사는 상시 근로자가 다섯 명 미만이었기에,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법규의 적용을 받을 수 없었다. 그러나 사업주의 행위가 폭행이라면 상황이 달라진다. 근로기준법상 폭행 금지 조항은 사업장의 근로자 수와 관계없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사업주를 근로자 폭행 혐의로 입건하였고, 근로자의 진술과 녹취 자료, 사업주의 자백을 바탕으로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였다.
물리적으로 더 강한 폭행이 있었던 사건도 있었다.
근로자는 출장 청소업체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그는 주로 소규모 공동주택을 하루에도 여러 곳을 순회하며, 복도, 계단, 엘리베이터, 주차장 등 공용 공간을 청소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고된 노동이었지만, 2개월 넘게 일을 잘 해냈었는데, 한 빌라에서 컴플레인이 들어오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청소 계약사항에 포함되지도 않은 공간에 대해, 청소가 제대로 안 되었다며 어떤 입주자가 불만을 제기한 것이다. 바쁜 시간 중에도 청소 근로자가 방문해 확인하였고, 자신의 문제가 아님을 알고 근로자는 입주자에게 다시 크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 이것 때문에 해당 빌라는 그 업체와의 청소 계약을 해지했고, 고객을 잃은 사업주는 감정적으로 행동했다.
다음날 사무실에 출근한 근로자에게 대뜸 달려들어, 그의 차량 열쇠를 빼앗으려 한 것이다. 근로자는 영문을 몰라 사업주를 피하며 열쇠를 빼앗기지 않으려 애썼다.
“아니, 사장님,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근로자의 외침에 사업주는 대답도 하지 않은 채, 그의 차량 열쇠를 집요하게 노렸고, 결국 완력으로 그를 사무실 바닥에 눕혀버렸다. 근로자의 목과 팔에는 상처가 남았고, 허리도 다쳐 전치 3주 진단이 나왔다.
출장 청소를 다닐 때는 근로자가 개인 차량을 사용했었는데, 사업주는 그 차 안에 실려 있는 회사의 청소 장비와 용품들을 회수하고 나서 근로자를 해고하려 한 것이다.
그날 출동했던 경찰을 따라가 조사를 받았던 사업주가, 며칠 뒤 노동청에도 출석했다. 내 앞에 나온 사업주에게 물었다.
“그냥 해고하신 다음에 회사 물품을 돌려 달라고 말로 하셨으면 될 텐데, 왜 그러셨어요?”
“걔가 평소 성격이 더러워서, 해고하고 나면 안 돌려줄 것 같았어.”
근로자에 대한 오해였다. 인간은 대화하지 않으면 내 수준에서만 상대방을 생각하고, 편견은 더 깊어지고 문제가 생긴다. 사실 해고할 일도 아니었고, 육탄전을 벌일 일도 아니었다.
가정이든, 학교든, 군대든, 직장이든, 폭력은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다. 신체에 남은 폭력의 흔적은 사라질지라도, 폭력을 당한 기억은 평생 피해자 안에 남아 그를 괴롭히고 무너뜨린다. 괜히 마음이 힘든 날마다 그때가 떠올라 수치스럽기도 하고, 분하기도 할 것이다.
폭행은 형법에도 처벌 규정이 있지만, 근로기준법에 규정된 형량이 훨씬 높아,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저지른 일이라면 노동청에 신고하면 더 중하게 다룰 수 있다.
사업주는 근로자를 폭행할 수 없다. 어떠한 이유로도!
*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 규정
근로기준법에서 상시 5명 미만 사업장에는 일부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적용하지 않는 규정은 연차유급휴가, 연장‧휴일‧야간근로 가산, 관공서 공휴일 유급 휴일 부여,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사업주의 조치 의무, 해고의 정당성 요건 등이다. 주의할 점은, 5명 미만 사업장에도 주휴수당, 근로자의 날(5월 1일) 유급 휴일은 적용된다.
참고로,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주휴수당, 퇴직금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이것을 주지 않아도 법 위반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