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나가 주세요
개인사업자가 운영하는 사무용 가구 판매대리점에서 가구 배송과 설치를 담당했던 설치 기사가 예고 없이 해고당했다며 신고했다. 그는 이렇게 진술했다.
“여자 사장님이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후, 남편 사장님이 사업에 대해 잘 몰라서 제가 사실상 가게를 도맡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이제 사업이 좀 안정되었다고 저를 해고하는 게 말이 되나요?”
사연을 듣고 있자니, 사업주에 대한 분노가 함께 치밀었다. 근로자는 수당 인상을 조금 요구했다가,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며칠 후, 사업주가 출석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이어갔다.
“저는 원래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아내가 운영하던 가게 직원 중 이 근로자가 경력도 많고 가게 상황도 잘 알고 있어서 점장 역할을 부탁했죠. 6개월 동안 월급도 80만 원씩 더 챙겨줬고요. 제가 아내 사고 이후 우울증이 와서 한동안 가게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몇 달간 마음을 추스른 사업주는 직접 가게를 관리하기 시작하면서 이상한 점들을 발견했다. 판매 내역은 장부에 있는데, 몇 달간 가구 설치비 입금 내역은 통장에 없었다. 구매자들에게 직접 연락해 확인한 결과, 설치비는 대부분 설치 기사의 개인 계좌로 입금했고, 일부는 현금으로 지급했다는 대답을 들었다. 문자로 계좌이체 내역을 캡처해 보내주는 고객도 있었다.
또한, A/S 기간이 끝난 가구의 부속품 교체 비용을 근로자가 개인적으로 받아 챙긴 사실도 드러났다. 가구에 붙어있는 가구점 연락처 스티커에 두 줄을 긋고서 설치 기사 개인 연락처를 적어놓은 사례도 발견되었다. 사업주는 해고를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근로자가 ‘이제부터 설치 건마다 추가로 5만 원의 수당을 더 달라’고 요구했다.
“제가 직접 운영을 시작하고 편법으로는 돈을 빼돌리지 못할 것 같으니까, 정공법으로 더 뜯어내려고 수당을 요구한 겁니다. 이렇게 신뢰를 깬 사람과는 도저히 함께 일할 수 없다고 판단돼서, 그냥 나가달라고 했습니다.”
해고 이후, 근로자는 경쟁 업체의 가구점에 취업했으며, 퇴사 시 고객 명단을 가지고 나가서, 기존 고객들에게 전화를 돌려 거래처를 바꾸라고 했다. 사업주는 근로자를 경찰에 업무상횡령으로 신고했고, 한 달 뒤 경찰은 횡령 혐의에 대한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판단해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의 수사 결과를 바탕으로, 해고예고 수당 미지급 신고를 ‘법 위반 없음’으로 종결했다. 사업주는 횡령액 반환을 위해 민사소송을 준비하면서, 근로자의 노동청 신고에 대해 무고로 고소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종종 자신이 횡령했다는 사실을 숨기고 해고예고수당 미지급에 대해 노동청에 신고하는 사례가 있다. 이는 사업주와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근로자에게 오히려 불리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이 신고는 안 하는 편이 더 나았다.
보복성으로 하는, 지나치고 무분별한 신고도 문제다.
한 대기업의 직원이었다. 회사에서 여러 직원을 괴롭히고, 무단결근을 자주 하고, 상관의 정당한 지시를 거부하던 직원이 징계로 해고당한 후, 회사 대표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임금 지연지급, 임금명세서 미교부, 근로계약서 미작성으로 신고했다.
근로자 자신이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였으면서, 적반하장으로 이에 대해 징계한 것이 대표자의 괴롭힘 행위라는 것이다. 취업규칙에 따라 절차를 지키고, 합리적인 사유로, 잘못의 정도에 맞는 적정 수준의 징계를 했다면 그것은 회사의 정당한 행위일 뿐, 괴롭힘이라고는 할 수 없다.
임금 지연지급, 임금명세서 미교부,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대한 신고도 모두 지나친 것이었다. 근로자는 개인 사유로 수 개월간 승인도 받지 않고 무단결근을 하고 있다가, 해가 바뀌어 1월 초, 복직 의사를 밝히라는 회사의 통지에, 언제 복직하겠다는 연락도 미리 하지 않고 갑작스럽게 그달 말일에 하루 출근했다. 당연히 근로자의 책상이나 할 일은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고, 그는 회의실에서 하루 대기만 하다 귀가했다. 회사는 그 ‘무단 출근’조차 근로일로 인정해, 하루분의 임금을 해고할 때 지급했다.
그 하루치의 임금과 임금명세서를 다음 달인 2월 임금 정기지급일에 받지 못하고, 열흘 뒤 퇴사할 때 받았다는 게 신고 이유였다. 근로계약서도 해가 바뀌어 급여 변동이 있었는데, 갑자기 출근한 그 하루에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신고한 것이다.
법을 지키지 못한 사실이 있다고 해서 언제나 형사처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한 실수였고, 그 실수를 할 만한 특별한 사유가 있었다면, 고의성이 없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검찰의 내사 지휘를 받아, 모두 ‘법 위반 없음’으로 행정 종결했다.
형벌에는 응보應報적 기능이 있다고 한다. 사적인 복수 감정을 국가가 대신 해소해 주는 것. 이것도 사회에서 중요하고 꼭 필요한 기능이라고 생각한다. 힘없는 한 개인이, 정말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했을 때, 그가 호소할 곳이 있어야 하고, 그를 대신해 응징해 줄 기관이 필요하다.
하지만 오히려 악한 자가, 횡포를 부리고 남을 괴롭히는 수단으로 국가 시스템의 힘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국가 서비스는 공공재다. 노동청 신고는 공짜지만, 사실은 공짜가 아니다. 내 월급을 내가 한 달에 처리하는 사건 수로 나누면, 신고 한 건 당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이 나온다. ‘세금 도둑’은 게으른 공무원뿐 아니라, 악성 신고자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 해고 예고의 예외(근로기준법 제26조)
아래 경우는 30일 전에 해고를 예고하지 않았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을 줄 필요는 없다(근로기준법 제26조 제1호~3호).
1. 근로자가 계속 근로한 기간이 3개월 미만인 경우
2. 천재ㆍ사변, 그 밖의 부득이한 사유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
3. 근로자가 고의로 사업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거나 재산상 손해를 끼친 경우로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다만, 위의 제3호는 사업주가 남용할 우려가 있어서, 고용노동부령(시행규칙)에서 횡령, 배임 등 특별한 경우로만 제한하고 있다.
참고로, 해고 예고와 정당한 해고는 별개의 문제이다. 즉, 해고 예고를 잘했다고 해서 그것이 곧 정당한 해고라고 볼 수는 없다. 상시 5인 이상 사업장에서 해고할 때는, ‘정당한 해고’ 요건도 갖추어야 하는데,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 회피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 기준 등으로 해고 정당성을 판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