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 살이지만 일하고 싶어요
근로감독관 업무 중에는 임금 체불 조사뿐 아니라, 15세 미만 청소년의 취직인허증 발급 같은 특별한 인허가를 처리하는 일이 있다.
취직인허증 신청은 매우 까다롭다. 상세한 직종과 근로조건도 기재해야 하고, 사업주의 서명, 친권자의 동의, 신청자가 소속된 학교장의 의견까지 기재해서 내야 한다. 친권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 첨부도 필요하다.
어느 날, 한 중학생이 곰탕집 서빙 일을 하기 위해 취직인허증을 신청했다. 14세인 중학교 2학년 학생이었다. 제출된 서류를 검토하니, 법적 효력이 없는 '열람용' 가족관계증명서와 휴대전화로 찍은 주민등록등본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그리고 학교장 의견란에는 아무 글자 없이 도장만 찍혀 있었다. 서류가 명백히 미비한 상태였다. 학생에게 전화를 걸어 보완을 요청했더니, 전화기 너머로 혼잣말이 들렸다.
“아씨, 진짜……. 개 힘드네.”
역시 중2와 상대하는 건 쉽지 않았다.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화를 가라앉히고 친절하게 설명한 후 전화를 끊었다.
그동안 노동청에 들어 온 취직인허증 신청이 어떻게 처리됐는지 찾아보니, 불승인된 것이 많았다. 일하려는 식당에서 주류를 판매하고 있다는 이유로 승인해주지 않은 사례도 있고, 근무시간이 길어 학업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이 신청 역시 서류가 미비하고, 신청인 학생이 서류 보완에 비협조적인 것 같아, 불승인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는 결론을 내렸다. 절차상 학생이 일하려는 곳의 사업주와 학교, 그리고 친권자인 부모와 차례로 통화를 진행했다.
“처음에는 저도 저희 가게 구인공고를 보고 찾아온 그 학생이 일하겠다고 했을 때, 그냥 돌려보내려고 했어요. 당연히 성인을 채용하려고 올린 구인공고였고요. 중학생이 무슨 일을 제대로 할까 의구심도 들었고, 문제가 생기면 제가 법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 부담스러웠어요. 근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자기가 학비를 벌겠다는 야무진 계획이 있더라고요. 제가 안 받아 주면, 어디서 무슨 일이라도 할 기세였어요. 그래서, 최저임금 못 받고 이상한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내가 제대로 급여를 주고 일을 시켜야겠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학생이 노동청에 제출할 신청서라면서 종이를 내밀길래, 그래서 내용을 기재하고 사인해 줬어요.”
학생이 잘못된 곳에서 고생할까 싶어 받아 주었다는 40대 여자 사업주의 목소리에는 학생을 위하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학생의 담임 교사에게도 전화하였다.
“그 학생은 예술고등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거기에 진학하려면 사실, 학교 성적보다는 실기 점수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술학원을 꼭 다녀야 할 거예요. 가정 형편이 넉넉지 않아서 자기가 일을 꼭 해야 한다고 했어요. 직접 노동청 서식을 들고 왔길래, 교장 선생님께 보고했고, 허락한다는 의미로 학교장 직인을 찍어 줬어요.”
학생의 어머니와의 대화에서는 가정 형편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구체적으로 들었다. 학생의 부모는 각각 건설 현장 일용직과 식당 근로자로 일하고 있었지만, 예고 입학을 위한 미술 학원비를 마련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학생이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열심히 알아보고 직접 신청까지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주민등록등본상 부모 두 명 모두 함께 사는 가정이라, 생계 문제로 일을 하려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했다. 학생이 전화 통화 중 ‘개 힘들다’라는 말을 사용했을 때는 순간적으로 ‘꼰대력’이 발동하여, 철없는 중학생이 아이폰이나 사려고 일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편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사업주와 담임, 친권자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니, 학생의 노력과 결심이 얼마나 진지한지 알 수 있었다.
누락되었던 학교장 의견은 담임 교사를 통해 내가 팩스로 받아 보완했다. 주민등록등본과 가족관계증명서도 정식 서류로 제출하도록 학생의 어머니에게 요청했다. 서류를 들고 노동청에 직접 찾아온 학생을 만나보니, 중학생 또래의 가벼움이나 맹랑함과 더불어, 성실하고 반듯한 모습도 보였다.
학생이 일하게 될 곰탕집은 주류를 판매하긴 했지만, 이를 이유로 청소년 유해 직종으로 단정 짓기는 어려웠다. 더욱이 이 일이 학생의 진학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취직인허증을 발급해 주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학생에게 취직인허증을 발급해 주고, 일하기로 한 곰탕집에도 인허증을 우편으로 발송했다.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그를 응원한다.
* 노동청에서 하는 인허가는 어떤 것이 있을까
근로기준법 등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허가 사항으로 정한 것들을 노동청에서 처리한다. 임산부 및 18세 미만 근로자 야간·휴일 근로 인가, 근로시간 연장 인가, 15세 미만 취직인허 등이 있다.
임산부에 대한 야간·휴일 근로는 주로 병원의 의사·간호사 등 의료인력을 대상으로 많이 신청한다. 업무 특성상 당직근무나 교대근무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근로시간 연장은 태풍이나 각종 사고 복구 등을 위해 지자체나 철도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주 52시간을 넘어 철야 근무를 시킬 때 가장 많이 신청한다.
15세 미만 취직인허증 교부 신청은 흔하지는 않다. 명칭은 ‘15세 미만’이라고 되어 있지만, 중학생이 일할 때 신청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왜냐하면 13세 미만은 공연·방송 직종 외에는 거의 절대적으로 취업이 금지되기 때문에 아예 신청할 수 없고, 15세 이상이라도 중학생이라면 취직인허를 받아야만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무교육을 받는 데 지장이 없도록 하고, 부모에 의한 강제 근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이다. 고등학생이라면 친권자의 동의만 받으면 청소년 유해 직종이 아닌 곳에서는 노동청 허가 없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