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위한 채권추심원의 하루
* 일러두기 : 인물들의 성명, 성별, 업종, 상호 등은 변경하였습니다. 혹시 내 사건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 착각입니다.
“박 감!”
처음 이 호칭을 들었을 때는 머쓱하고 낯설었다. 근로감독관이라는 직책을 ‘감’으로 줄여 부르는 게 어딘가 어색하고, 법조계의 ‘김 변(김 변호사)’, ‘박 검(박 검사)’ 같은 호칭을 흉내 낸 것 같았다. 게다가 이를 일반인이 들으면 우스워할 거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마도 고된 일을 하는 사람들끼리 서로 나름의 존중의 의미를 담아서 이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가 회사 동료와 각자의 남편이 하는 일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아내의 동료가 말했다고 한다.
“보람은 확실한 직업이네요.”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를 돕는다는 점에서 맞는 말이다. 하지만 실제 업무를 하면서는 종종 채권추심원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채권추심원이라는 직업이 가치 없는 일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 일이 괴롭고, 거칠고, 감정 소모가 많은 직업이라는 점에서 닮아있었다.
물론 근로감독관에게는 사법경찰권이 있다. 그래서 과태료나 형사처벌이 두려워 빠르게 임금을 지급하겠다는 사업주도 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행정직 공무원 시험 봐서 들어왔는데 경찰 업무라니?’라며 힘들어하는 내향적인 성향의 근로감독관들이 많다.
사업주를 전과자로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고 괴롭다는 동료도 있었다. ‘전과자가 되는 것은 근로감독관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범죄 행위 때문이야.’라고 말할까 하다가, 그걸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아 그만두었다. 그 동료는 그저 사람을 처벌하는 일이 힘겨울 뿐이었다.
특별사법경찰이라고 하면 흔히, 관세청, 식약처, 철도경찰, 환경부, 지자체의 단속 공무원이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모든 특별사법경찰이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 수를 다 합쳐도, 근로감독관 한 직종이 검찰에 송치하는 사건 수에 미치지 못한다는 자료를 본 적이 있다. 인원당 사법처리 건수로 비교하자면, 근로감독관은 일반 경찰에 버금가는 수준의 수사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다.
하루에 한두 건씩 사건을 매일 처리하지 않으면 쌓여가기 마련이고, 주말이나 저녁 시간에까지 전화해야 할 때도 있다. 한 번은 동료가 계속 출석하지 않는 사업주에게 저녁에 전화했다가, 마지못해 출석한 사업주가 “저녁 시간에 전화하면 채권추심법 위반이야!”라며 쓰레기를 집어 던지고 소리 질러 시달린 적도 있었다. 물론 근로감독관은 채권추심원이 아니고, 채권추심법 적용 대상도 아니다.
처음엔, 그 ‘보람’이라는 단어에 환멸까지는 아니더라도 헛웃음 같은 것이 나서, 일이 절반으로만 줄어든다면 보람이라는 것을 느낄 여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괴로워만 한다면 나만 손해. 차라리 요즘은 조금씩 매일의 일에 의미를 찾으려 노력한다.
이 일은 누군가의 고통을 직접 마주하고, 그것에 공감해야 하는 일이다. 내향적인 사람이 오히려 깊은 가치를 발견할 수도 있는 직업이 아닐까.
오늘도 마음속으로 외쳐 본다.
‘오히려 좋아!’
* 특별사법경찰
노동, 환경, 식품위생, 건축, 조세 등 특별법상 특정 분야의 범죄만을 전문적으로 수사하는 경찰이다. 일반 형
법을 비롯한 광범위한 범죄 전반을 수사하는 일반사법경찰에 대비되는 용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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