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안 한 퇴직자
퇴직금 미지급 신고가 또 들어왔다.
근로자와 사업주에게 출석 일자를 안내하는 문자를 보냈다. 그런데 근로자 쪽 문자는 ‘발송 실패’. 전화를 걸어 보니 착신이 정지된 번호라는 안내 음성만 흘러나왔다. 다행히, 진정서에는 휴대전화 외에도 일반 전화번호가 하나 더 기재되어 있어, 그곳으로 전화를 걸었다.
“네! 중화반점입니다!”
중화반점? 순간적으로 전화를 잘못 걸었나 싶어 번호를 다시 확인했지만, 번호는 맞았다.
“혹시 김수민 씨 계신가요? 여기 노동청인데요.”
“네! 바꿔드릴게요. 수민아! 전화 받아라. 노동청이란다!”
이내 전화를 건네받은 근로자는 휴대전화 요금을 몇 달 내지 못해 정지된 상태라, 현재 일하고 있는 중식당 번호도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출석 일정을 안내하며 통화를 마쳤다.
조사 당일, 출석하기로 한 시각이 지났지만 근로자는 오지 않았다. 중식당으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아, 수민이요? 오늘 노동청 간다면서 출근 안 했는데요. 아… 이놈이 또 어디로 샜나?”
중식당 사장은 한숨을 쉬며 근로자의 무단결근이 잦다고 하소연했다. 어딘가로 사라진 근로자 대신, 신고된 사업주만 약속 시간에 맞춰 출석했다. 일반적으로 조사 자체를 꺼리는 사업주 쪽에서 불출석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은 반대였다.
사업주는 차근차근 퇴직금 미지급의 이유를 설명했다. 퇴직연금에 가입한 사업장이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근로자가 급히 돈 쓸 곳이 있다며 퇴직금을 미리 받을 수 있게 서류상 퇴사 처리를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부탁을 들어주어 형식적인 퇴사 서류를 은행에 제출했고, 근로자는 퇴직금을 받았다.
문제는 이후였다. 두 달 정도 더 일한 뒤, 근로자는 연락을 끊고 무단결근을 했고, 사흘 뒤 문자 한 통으로 일방적인 퇴사를 통보했다. 사업주는 화가 났지만 바로 마지막 달 급여를 모두 지급하고 마무리했다. 근로자는 사업주에게는 퇴직금에 대해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다가 노동청에 바로 신고했다. 실질적으로 연속해서 근무했다면 퇴직금 중간 정산을 위한 서류상의 퇴사는 근로관계 단절로 보지 않는다. 사업주는 출석해서야 줄 돈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두 달 치 퇴직금을 더 줘야 한다는 사실은 생각도 못 했어요. 지금이라도 다 주겠습니다.”
사업주는 다음날 나머지 퇴직금도 근로자에게 입금 완료했고, 입금 확인증까지 팩스로 보내왔다. 문제는 다시 근로자였다. 근로자에게 추가 지급한 퇴직금에 이의가 없는지 확인하고자 연락했지만, 중식당엔 계속 결근해 통화할 수 없었다. 출근하면 두 번째 출석 일자를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고 기다렸지만, 이번에도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신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고 사건을 종결하였다.
이번 사건은 너무 쉽게 끝났다. 매일 시끌벅적하다가, 조용하게 사건이 넘어가니 뭔가 찜찜할 정도였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이런 사건만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결코 그럴 리가! 그렇게 일이 쉽다면 노동청 근로감독관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