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근로감독관의 사건일지 6

S 양복점

by 박감

임금체불도, 퇴직금을 못 받았다는 신고도 아닌, 그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내용으로 신고가 들어왔다.

근로계약서 미작성(근로조건 명시 및 서면 교부 의무 위반)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라서, 단순 임금체불처럼 합의로 종결되지 않는다. 한 번 입건하면 기소 의견으로 검찰 송치까지 해야 한다. 아직 송치 서류를 직접 작성해본 경험이 없었던 그때, 진정서를 받아든 내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송치 서류? 처음만 어렵지. 아무것도 아니야. 나중엔 그냥 일상이야. 두꺼운 서류들 구멍 뚫고 철끈으로 묶다 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좋더라.”

늘 긍정 에너지를 뿜어내는 베테랑 팀장님의 격려였다. ‘그래, 뭐든 익숙해지겠지.’ 하고 마음을 다잡으며 근로자 출석부터 요구했다.

약속된 시각, 사무실 문이 열렸다. 키가 185c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남성이 세련된 정장 차림으로 사무실 한가운데를 런웨이처럼 활보하며 들어왔다.

“못 받은 임금은 없다고요?”

오히려 내가 놀라 물었다. 남성복과 가방 등을 판매하는 매장에서 판매 점원으로 일하다가 퇴사한 근로자였다. 일반적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말로만 월급을 약속하면, 그 월급이 각종 수당을 포함한 금액인지, 아니면 기본급만 책정한 것인지 모호해서 다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임금체불 신고를 하면서 신고 내용에 근로계약서 미작성을 보조적으로 추가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근로계약서 미작성만으로 이렇게 신고하는 것은 첫 사건이었다.

“네. 임금은 약속대로 다 받았어요. 덜 받은 돈은 전혀 없어요. 근데 퇴사 후에 생각해 보니, 근로계약서를 안 쓴 거예요. 그래서 신고한 겁니다. 문제 있나요?”

문제야 당연히 없었다. 사업주가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것은 법적으로 명백한 의무 위반이다. 근로자는 사업주가 처벌받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사업주 출석 날. 사업주는 근로자보다 열 살 많은 중년 여성으로, 의류 관련 사업자답게 형형색색의 스카프와 화려한 손톱 장식이 눈에 띄었다. 사업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둘의 관계는 생각보다 친밀했었다.

녹음 파일을 들어보니, 근로자는 사업주를 누나라고 불렀고, 두 사람은 서로 반말을 섞으며 대화하곤 했다. 사업주는 근로자의 생일마다 용돈을 20만 원씩 챙겨주고, 개인 이사비와 경조사비까지 틈틈이 지원해 주었다. 이것은 은행 거래 내역으로 남아있었다. 그러나 사소한 말다툼에서 시작된 싸움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다.

어느 날, 둘은 손님들이 있는 매장 안에서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멱살잡이까지 했다. 결국, 한 손님이 경찰을 불러 싸움이 멈췄고, 이 일로 남성복 브랜드 본사에까지 컴플레인이 들어갔다. 본사는 해당 매장에 페널티를 주고, 사업주에게 해당 직원을 해고하라고 지시했다.

“본사에서 자르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요. 근데 이걸로 신고할 줄은 몰랐네요. 계약서를 안 쓴 건 제가 너무 믿어서 그런 건데….”

직원과 사이가 좋다고 오히려 노동법상 의무 조항들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직원은 늘 웃고 있더라도 사업주에 대해 말 못 할 불만이 있을 수 있고, 인간관계는 언제든 어긋날 수 있다.

처음만 힘들다던 팀장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얼마 가지 않아 합의되지 않는 다른 사건들이 넘쳐났고, 사건 송치는 내 일상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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