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움
천현우 작가의 '쇳밥일지'를 읽었다. 오랜만에 빠져들어 읽어냈다.
평소 좋아하던 페이스북 친구 담벼락 게시글이 관심의 시작이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단숨에 읽었다"며 추천사와 같이 올린 책 사진에는 은어 표현이 섞인 <쇳밥일지>라는 제목과 용접면을 쓴 용접공 표지가 눈에 띄었다. 관심이 생겼다.
과연, 책은 유명세를 탔다. 이곳저곳 책에 관한 풍문이 들리더니,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의 추천사가 이어졌다. 그중에는 전직 대통령도 있었다. 이쯤 되니 교양인이 되려면 읽지 않을 수 없었다.
9월 말, 을지로에 갈 일이 생겨 광화문 교보문고에 책을 예약했다. 광화문 지점에만 78권의 재고가 있었다. 인기를 실감했다. 책을 받고 서점 한 귀퉁이에 서서 프롤로그를 읽었다. 프롤로그만으로도 다음 내용이 기대됐다.
책은 작가의 어린 시절부터, 얼룩소 에디터가 되어 글을 쓰기까지의 과정이 맛깔나게 적혀있었다. 사회가 요구하는대로만 성장당해왔던 나로서는 충격적인 내용이 많이 있었다. 작가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다른 삶을 돌아보지 않았던 내가 스스로 부끄러워지기까지 했다.
군대를 전역하고 2달 남짓 철골(H빔이라고 했던 것 같다)의 마감 부분을 그라인더로 뭉개고, 철가루를 에어건으로 날리고, 그 철골에 다시 방화, 방수페인트를 바르는 일을 했다. 새벽 6시(6시까지 가려면 적어도 5시가 조금 넘어서는 일어나야 했다)에 동료 아저씨 집에 가서 차를 얻어 타고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저녁 7시~8시가 되는 생활을 반복했다. 그중 1~2주 정도는 철야로 밤 10시 정도에 집에 왔다가 다시 아침 6시에 출근하는 일을 반복했었다. 집에 돌아와 머리를 씻고 코를 풀면 붉은 물(그라인더로 간 녹슨 부분의 철가루와 방화페인트 때문인 것 같다)이 나왔고, 코피를 흘린 적이 별로 없었는데 2번 정도 코피가 났다. 이때만큼 건강 걱정을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2달 남짓한 알바는 다행히(?)도 아버지의 간호를 하기 위해 강제 종료됐다. 아버지가 일을 하시다 골절을 당해 당장 간호할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기뻤다. 효자 노릇도 하고, 일도 그만둘 수 있었다. 그 당시 나는 일을 그만두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다. 쇳밥일지는 그때를 떠올리게 했다.
쇳밥일지는 술술 읽히면서도 메시지가 분명해서 아주 힘 있는 글이 담긴 책이다. 책이 너무 좋아서 작가가 얼마나 글을 써왔을까란 생각과 동시에 부러웠다(질투도 났다. 은근한 동질감이 느껴져서일까?). '잘 쓰기'는 나의 오랜 염원이다(염원이라기엔 노력이 적다). 천현우 작가와 같이 내 직업일지를 조금씩 적어볼 생각이다. 언젠간 노동일지? 같은 책을 쓸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