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by gilf007
<여름아이 겨울아이>
- 다별
너무 더울 때 태어난
여름아이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추울 때 태어난
겨울아이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름아이는
그렇게 열기를 식히려다
결국 차가워지고 추위에 떨게 되었어요
겨울아이는
그렇게 냉기를 몰아내다
뜨거운 불에 마음도 데어버려 아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름아이와 겨울아이는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여름아이는 따뜻한 난로를
겨울아이는 시원한 그늘을
간절히 원했으니까요
내게 없는 걸 가진 사람
내게 많은 걸 나눌 사람
얼마 후,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열정을 되찾은 여름아이와
냉정을 되찾은 겨울아이는
자신의 계절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계절을 꼭 닮은 자기자신도
여름아이의 열기를 조금만 나누면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걸
애써 시원한 그늘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을만 하다는 걸
겨울아이의 냉기를 조금만 나누면
시원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걸
애써 따뜻한 난로가 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는 걸
여름아이가 겨울아이에게 말했어요
고마워. 내게 없는 걸 채워줘서
겨울아이가 여름아이에게 말했어요
고마워. 나를 다시 찾게 해줘서
안녕! 난 이제 빛나는 나의 계절을 살 거야
한여름이 힘들면 크리스마스를 생각해
한겨울이 힘들면 여름방학을 떠올리렴
이젠 두 계절이 다 네 안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