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다별시선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별 Dec 18. 2022

여름아이 겨울아이

photo by gilf007

<여름아이 겨울아이>

                            - 다별


너무 더울 때 태어난

여름아이는

시원한 그늘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너무 추울 때 태어난

겨울아이는

따뜻한 난로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여름아이는

그렇게 열기를 식히려다

결국 차가워지고 추위에 떨게 되었어요


겨울아이는

그렇게 냉기를 몰아내다

뜨거운 불에 마음도 데어버려 아팠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름아이와 겨울아이는

서로를 알아보았어요


여름아이는 따뜻한 난로를

겨울아이는 시원한 그늘을

간절히 원했으니까요


내게 없는 걸 가진 사람

내게 많은 걸 나눌 사람

얼마 후, 신기한 일이 일어났어요


열정을 되찾은 여름아이와

냉정을 되찾은 겨울아이는

자신의 계절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계절을 꼭 닮은 자기자신도


여름아이의 열기를 조금만 나누면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걸

애써 시원한 그늘이 되지 않아도

충분히 사랑받을만 하다는 걸


겨울아이의 냉기를 조금만 나누면

시원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걸

애써 따뜻한 난로가 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라는 걸


여름아이가 겨울아이에게 말했어요

고마워. 내게 없는 걸 채워줘서

겨울아이가 여름아이에게 말했어요

고마워. 나를 다시 찾게 해줘서


안녕! 난 이제 빛나는 나의 계절을 살 거야

한여름이 힘들면 크리스마스를 생각해

한겨울이 힘들면 여름방학을 떠올리렴

이젠 두 계절이 다 네 안에 있어

매거진의 이전글 윤 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