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꺼낸 것

너의 시간 속으로 1화

by 다별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선배가 좋아하는 거면 전 다 좋아요."


"에이... 그런 게 어딨어.. 정말 없어?"


서연이 다시 물어도 준겸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는 듯, 옅은 미소만 짓는다.


"그럼... 내 맘대로 정한다? 죠오기 사거리에서 길만 건너면 내가 가끔 가는 한정식집 있거든. 거기 떡갈비가 예술이야. 거기서 한상차림 먹고가면 한동안 한국음식 그립진 않을 거야."


달걀지단부터 각종 고명이 고운 한식 한 상이 차려지는 동안, 마주앉은 둘 사이엔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아... 전에는 안그랬는데 왜 이리 어색하지? 얜 한동안 연락 없더니 회사 앞까지 찾아오고...?'


서연이 무슨 말을 할까 고민하는 찰나, 준겸이 기다렸다는 듯 먼저 입을 연다.


"선배.. 저 할 말 있어요. 지금 안하면 영영 못할 것 같아서..."


"어 그래? 뭔데?"


"저 이거..."


준겸이 내민 것은 자켓 가장자리가 살짝 닳은 LP판이었다. 서연은 어떤 음반인가 하고 잠시 들여다본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


"이거... 라흐마니노프잖아.. 이걸 왜 나한테?"


"이거 선배 건데... 제가 갖고 있었어요."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이 음반 선우 형이 선배한테 전해주라고 했는데... 제가 너무 오래 갖고 있었어요. 죄송해요."


'선우... 선우가 이걸 나한테?'


생각하면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이름이었다. 서연은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곧 정신을 가다듬고 준겸에게 물었다.


"선우가 나한테 이걸 왜 주라고 했는데? 아니, 그보다도 넌 이걸 왜 여태 갖고 있었던 건데?"


"...제가... 제가... 선배 좋아하니까요."


머뭇거리면서도... 그동안 가슴 속에 꾹꾹 눌러담아뒀던 말을 꺼내놓는 준겸의 눈엔 슬픔이 가득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너?"


"......."


"선우는 왜 나한테 직접 안주고 너한테 이걸 맡긴 건데?"


그 말을 뱉는 순간, 또 한번 정신이 혼미해짐을 느낀 서연은, 애써 도리질을 쳐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미 봄비 오던 그 날로 돌아가, 연보라색 비옷을 입고 선우를 기다렸던 그 곳에 다시 서있었다.





***1화 bgm***
유재하 - 사랑하기 때문에
https://www.youtube.com/watch?v=2qxLHIHpimE


화,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