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야간비행]
[야간비행] by Antoine de Saint-Exupery
밤은 신비롭다. 어둠은 우리에게 고요함과 두려움을 동시에 주고, 빛을 잡아먹으면서도 빛의 존재를 두드러지게 한다. 생텍쥐페리가 그리는 밤은 아름답고 포근한 동시에 무한한 두려움을 준다. 그 안에서 빛은 희망이 되기도 하고, 절망이 되기도 한다. 수백 킬로미터의 어둠 속 평야 한가운데 자리한 한 농가의 불빛이 밤 안에서는 위로와 위안, 상상과 친근함을 주고,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태풍 속, 틈새로 비쳐오는 하늘 위 별빛은 바다의 세이렌처럼 조종수를 홀려 돌아오기 힘들 길로 인도한다. [야간비행]은 그 밤을 가르며 비행하는 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미지의 밤, 그리고 ‘사람’에 관해 이야기한다.
“그는 밤에 구름이 그렇게 눈부시게 밝을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보름달과 모든 별자리들이 구름을 찬란하게 빛나는 파도로 바꿔놓았다.”
와인 한잔을 기울이며 텅 빈 대로변을 보다 이 책을 읽고 있자면, 인기척 없는 파타고니아와 안데스 산맥의 밤이 머릿속에서 조금은 그려진다. 빛이 산재된 도시 안에서조차 고요함이 가끔 가슴이 텅 빌 만큼 느껴질 때가 있는데, 밤 속 전깃불 한 점 없는 곳은 어떨까. 적막과 고요함이 주는 평안. 또 그러다 가끔 보이는 불빛에 의한 위로. 그런 낭만만이 존재한다면 밤은 햇빛만큼이나 역사에서 오랫동안 찬양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밤은 종종 희망을 집어삼킨다. 이 책 속 파타고니아에서 출발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야간비행을 하던 우편기는 밤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태풍 속에서 땅으로부터의 아주 작은 빛조차 없이 길을 잃고 실종되어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오롯이 낭만과 편리만을 누린다. 밤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들. 두려움 그 이상으로 지키고 믿어 의심치 않는 내면의 무엇인가를 향해 나아가는 사람들은 밤을 건넌다. 휘어지지 않는 강인함으로.
“‘인생에 해결책이란 없어. 앞으로 나아가는 힘뿐. 그 힘을 만들어내면 해결책은 뒤따라온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