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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elle Jan 07. 2023

인간을 가장 두렵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by 다자이 오사무


인간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는가. 일반적으로는 아마 죽음을 생각할 것 같다, 대부분 죽음을 피하기 위해, 혹은 늦추기 위해 많은 것들을 하니까. 하지만 여기, 달리 주장하는 이가 있다. 죽음은 그저 한 흐름의 끝일뿐, 오히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끝낸다는 주체성을 갖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행동'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다섯 번의 시도 끝에 결국엔 자신의 손으로 현생의 고통을 '탈출'해버린 사람, 다자이 오사무다. 그럼 그가 죽음보다 두려워한 것은 무엇일까.


혹자들은 이 책이 자살과 죽음에 대한 책이라고 하는데, 나는 이 책이 던지는 주요한 질문은 “과연 인간은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한다. 다자이 오사무와 그가 스스로를 투영한 소설 속 인물, 요조의 자살은 답을 얻지 못한 질문에 비롯된 결과일 뿐, 자살만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아니다. 상대방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진정한 내 편은 있는 걸까. 요조는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을 의식하며 그들이 등 돌릴까 익살을 부려가며 몸부림친다. 사회적인 동물에게 가장 무서운 그것, 추방에 대한 두려움. 다자이 오사무는 이 두려움을 내면의 밑바닥에서부터 날 것으로 들어 올려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 두려움은 우리 모두에게 어렴풋이 서려 있어서, 완전한 소외를 피하기 위해 애써 웃어 보이기도 하며 서로의 비위를 맞추려 한다. 내 머릿속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다 드러내기보다는 약간의 포장과 적당한 가림막을 얹어 꺼낸다. 그럼으로써 상대방의 표정이나 말에도 그런 약간의 거짓이 묻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 발생하고, 그렇다면 상대방이 나에게 보여주는 표정과 몸짓, 말투는 과연 완전히 진실한가, 나는 상대방을 확실히 이해하여 나를 드러내었을 때 집단으로부터 소외되지 않을 수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게 된다.


“제가 가진 행복이라는 개념과 이 세상 사람들의 행복이라는 개념이 전혀 다를지도 모른다는 불안. 그 불안 때문에 저는 밤이면 밤마다 전전하고 신음하고, 거의 발광할 뻔한 적도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는 요조를 통해 순수함, 진실성에 집착하면서도 사회에 소속되고자 펼치는 스스로의 가식과 위선에 몸서리치며 그 모순을, 그 잔인한 대조를 보여준다. 자전적이면서도 허구적인 이 소설에서 그는 스스로를 예민하게 해부하며 인간이 군중 내에서 느끼는 소속감에 대한 열망, 그리고 그에 따른 개인의 두려움과 절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해 냈다.


“존경받는다는 개념 또한 저를 몹시 두렵게 했습니다. 거의 완벽하게 사람들을 속이다가 전지전능한 어떤 사람한테 간파 당하여 산산조각이 나고 죽기보다 더한 창피를 당하게 되는 것이 ‘존경받는다’는 개념에 대한 저의 정의였습니다. 인간을 속여서 ‘존경받는다’해도 누군가 한 사람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간들이 느낄 노여움이며 복수는 정말이지 어떤 것일까요. 상상만 해도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것이었습니다.”


요조를 바라보는 내 시선은 약간 혼란스럽다. 나약하다 못해 스스로를 애써 정당화하는 비겁함이 자주 느껴져서 치졸하고 역겹다가도, 그저 안쓰럽고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그가 그 자신의 비겁함을, 나약함을, 두려움을, 연약함을 모두 알고, 품고, 한없이 괴로워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감수성이 몹시 예민한, 하지만 다소 비겁한 이 사람이 아직까지도 우리에게 큰 공감과 반향을 일으키는 것은, 역시 날 것 그대로의 두려움을 보여준 덕이 아닐까 싶다. 마치 우리네들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물론 우리가 작품이 쓰여졌던 시대보다 개인이 타인에게 더욱더 노출된 사회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살고 있는 환경이나 시대를 떠나 우리는, 알고 보면 집단 내에서 어울리기 위해 자주, 어쩌면 늘, 주변의 눈치를 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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