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늘빛이 이런 색이었구나. 빛깔에 대해 새롭게 배운다. 화창하다는 단 한 마디 말로 하와이 하늘을 설명하는 것은 매우 인색하다. 하늘은 빛났다. 누군가는 하와이에 처음 도착했을 때 눈을 뜰 수가 없었다고 한다. 너무 눈이 부셔서. 사람들은 눈을 뜰 수 없는 이유가 뜨거운 햇빛 때문이라고 흔히 말한다. 그러나 나는 하와이에서 선글라스를 꼭 껴야 하는 이유는 햇빛이 아닌 바로 하늘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와이가 천국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하와이의 바다 때문이 아니라 하늘 때문이다, 분명.
구름이 보인다. 새삼스럽다. 한국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질감이다. 두툼한 구름. 큰 덩어리. 따뜻하고 넉넉하게 솜을 넣은 푹신한 이불이다. 덮고 자면 따뜻하고 포근해 마냥 자게 될 것 같다.
구름은 빠르게 지나간다. 가만히 앉아서 하늘을 보고 있으면 구름이 정말 '흘러간다.' 멍하게 앉아 있는 걸 좋아하는 나는 벤치에 앉아 마냥 하늘을 바라본다. 다양한 모양의 구름이 지나가고 새로운 구름이 다가온다. 잠깐 한눈을 팔면 조금 전 봤던 구름은 어디로 가고 없다. 시원한 바람이 분다. 코 끝이 간지럽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구름과 함께 시간을 흘려보낸다. 살랑한 바람과 함께 분주했던 내 시간도 조용히 지나간다. 조급하고 바쁘기만 했던 내 마음이 잠잠해진다. 출근길, 종종걸음으로 일 분 일 초를 쪼개 간신히 회사 앞에서 '도착'을 외쳤던 어제가 내 앞을 지나간다. 운동을 할까, 영어공부를 할까, 자격증을 딸까, 아니 아니 네트워크를 쌓아야지! 다른 사람들을 따라 이걸 할까, 저걸 할까, 고민만 하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제풀에 지쳤던 날들. 해야 될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날들이 소리 없이 사라진다.
학창 시절에는 쉬는 시간 10분을 쪼개서 영어단어를 외웠다. 회사를 다니면서는 또 다른 스터디 모임에 들어갔다. 8시 30분 출근 시간 전에 영어회화 새벽반을 등록했다. 피곤했다. 얼굴은 매일 퉁퉁 부어 있었다. 머리는 띵했고 눈은 시뻘겋게 충혈됐다. 그래도 내가 바라는 성과는 쉽사리 나에게 오지 않았다. 시험에 떨어졌다고 울고 취업이 안 된다고 울었다. 절망했고 좌절했다. 그런데 모두들 청춘은 그런 거라고 했다. 더 열심히 해야 된다고, 그러면 된다고, 네가 게을렀던 거라고 나를 채찍질했다. 기절하기 직전이었지만 나는 다시 일어나서 달리고 달렸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 가질 수 없는 것들만 바라봤다.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겼다. 무능하다고 생각했다. 지금 되돌아보니 그러지 말걸.
열심과 욕심을 구분하지 못했다.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면 됐을 것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나를 내가 먼저 사랑해 줄 것을. 높은 곳만 쳐다보느라 힘들었다. 쓸데없이 나를 아프게 했다.
구름을 보면서 숨 고르기. 숨이 쉬어진다. 편안해진다. 오늘은 어쩐지 하늘처럼 내 마음도 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