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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Jan 25. 2021

칭찬, 그리고 격려.

어릴수록받기 쉽고, 나이 들수록 받기 힘든 것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어갈수록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기가 쉽지 않다. 때로는 문제없이 해내는 것만도 힘겨울 때가 있는데, 그건 너무나도 당연해서 그냥 지나쳐버리게 되곤 한다. 그래서 셀프칭찬을 필요한지도 모른다.




십몇년씩 회사를 다녔지만, 처음은 있기 마련이다.


작년 여름 영상 촬영을 처음 기획해서 하게 되었다. 관련해서 아무것도 모른 채로 끙끙되며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업체와 촬영, 편집까지 마친 결과물을 공유할 때 내심 고생에 대한 따뜻한 말이 있길 바랬다. 하지만 별 대수롭지 않은 반응이 돌아오자 속이 상했다.


사실 어차피 돈 받고 하는 일이고, 어떤 반응이 돌아오든 이미 영상은 완성된 것인데 왜 그게 그렇게 속상했을까 싶기도 하지만, 별거 아닌 말 한마디가 참 힘이 될 때가 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을 씻기고 입히고 먹이고 재우는 그 별다른 거 없는 일상에도 노력이라는 게 들어간다.



구석구석 비누칠을 하고 헹군 뒤 말려주고 잊지 않고 로션을 발라주고 세탁된 옷을 입혀주는 것. 작아진 옷을 정리하고 더 큰 옷을 사주고, 계절에 맞는 옷을 꺼내 주는 것. 재료를 사서 다듬고 음식을 만들어주고, 사용한 식기들을 깨끗이 씻어서 정리하는 것. 거기에 매일 책을 읽어주고 앞으로 공부는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일까지.


끊임없이 나의 노력이 들어가는데 수고했다는 말을 듣기가 쉽지 않다. 되려 왜 이렇게 밖에 못 하냐고 말하는 것만 같다.


요즘 내가 재택 하는 날이면, 아이들은 아침에 주로 김하고 밥만 있는 김밥만 먹고 등원을 한다. 손쉽기도 하고 잘 먹기도 한다. 일어나자마자 입맛이 없을 텐데 이것저것 먹이려면 서로 힘들기도 해서 좀 부실해 보이는 이 메뉴에 정착했다. 오늘은 엄마가 뭐라고 하신다.


'치킨이라도 먹으라고 넣어놨더니
하나도 안 먹었네.
도대체 애들을 뭘 먹이는 거니,
맨날 김에다 밥 먹이지 말고..'


가끔은 저녁도 부실하다. 치과 예약시간이 금방이라 대충 냉장고의 반찬 두어 개로 먹이고 있는데 아빠지나가다 보시고 한 소리하신다.


'너는 애들을 제대로 뭘 해서 먹여야지!'


사실 나도 오늘은 너무 대충이라고 생각했으면서도 울컥 화가 났다.


요 며칠 손도 까닥하기 싫은 나날들이 이어졌다. 다 귀찮고 다 하기가 싫다. 재미가 없다. 아무런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그렇게 며칠을 있으니 냉장고는 비었다. 바닥은 난장판이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저녁거리가 생길 리 없고, 떨어진 세탁세제가 채워질 리 없다.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가끔은 버겁다는 생각이 든다.


왜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하는가.

왜 그렇게 움직이기도 제자리이며,

더 잘하라고 하는 사람들만 있을까 싶은 요즘.


따뜻한 격려와 칭찬이 고프다.



현재 기러기가족이라 친정부모님께 많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늘 가지면서도 부모 노릇을 지적하시면 '나도 힘든데' 싶어서 서운해지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네요.


한편으로는 나도 타인의 노력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칭찬해주어야지. 엄마 아빠에게 감사하다고 말해야지 싶기도 합니다.


칭찬과 격려는 저한테만 고픈 게 아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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