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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Feb 07. 2021

에너지 고갈

잠시 멈춤

작년 4월 남편이 복직한 후


8시에 출근해서 퇴근길에 둘째를 데려와 아이들을 자기 전까지 돌보는 생활을 반복했다.


퇴근 후 저녁.. 스웨덴 시간에 맞춰 재택근무를 하는 남편은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하고 짐이 되기도 했다. 애들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단속을 하는 것이 버거워 방에 들어가는 것도 못 본척한 것도 여러 번이었고, 애들이 소리 지르는 것을 못 들은 척하기도 했다. 똑같이 일하는데 늘 남편이 더 편한 것 같아 화가 났다. 남편은 아침에 애들 보내 놓고 나면 쉬는데, 나는 돌아와서 육아 시작이니 말이다.

8월 말 대학원이 시작된 후,

 수업이 있는 날이면 남편이 시간을 빼서 서포트를 하거나 부모님의 도움을 받았다. 주말이면 쌓여있는 과제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풀타임 대학원을 회사를 다니며 아이를 돌보며 한다는 건, 미친 짓인 거 같았지만, 포기하기 싫어서 꾸역꾸역 해냈다.

11월 중순

 남편이 퇴사와 입사를 하러 스웨덴에 갔다. 체류기간+자가격리까지 한 달. 부모님이 서포트 만으로 일, 육아, 대학원을 해내야 했다.  애들 재운 다음에 시작한 조모임이 새벽 2시를 넘어가기도 하고, 새벽 6시 조모임을 시작하기도 했다.

남편이 돌아온 뒤 3주, 좀 여유를 즐겼고, 1월 3일 남편이 기약 없는 스웨덴행을 떠났다.
그 이후 폭풍 같은 과제, 발표, 시험을 치르고 힘겨웠던 1학기가 끝났다.


1월 18일부터 시작한 2학기.

자신이 없었다. 지난 학기.. 수업 듣는 동안, 애들 봐주신다고 엄마 아빠도 고생이 많으셨고.. 남편 있을 때도 힘들었으니까..
근데 그만 하려니 지금까지 한 게 아쉬웠다. 그래서 2-1학기에 들어야 하는 3과목 중 1개를 남겼다.

그리고 3주가 지난 2월 첫째 주

 그마저 포기했다. 수업이 재미없기도 했고, 이 모든 걸 해내기에 내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리고 대학원의 목표가 남편 따라서 스웨덴 다시 가게 되었을 때 할만한 걸 마련하려는 목적이 컸기 때문에, 남편만 스웨덴에 간 상황에 무슨 의미인가 싶었다.
물론, 전공도 내가 정말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내가 할만한 것을 선택한 탓에, 흥미를 가질만한 부분이 많지 않았던 것도 크다.


그래도, 큰 수확이라면


영어로 수업을 듣고 조모임을 하고 과제를 제출하고 시험을 봤다는 것.
남편이 있던 1-1학기에는 그래도 최우수까진 아니지만 우수 정도의 성적을 받았다는 것. (1-2는 겨우 통과만 한 수준이다)
시간이 있다면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큰 듯하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내가 하고 싶은 공부에 대해서 다시 돌아본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그래서 21년 가을학기에 다른 과에 지원을 해놨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게 스웨덴은 너무 약한 분야라 여기서 하는 게 의미가 있는 건지 싶기도 하다. 남편이 열심히 세금을 낸 덕분에 학비가 무료라는 것과 가족이 함께 있을 수 있는 게 크긴 하지만.

아무튼, 에너지 고갈로 잠시 쉬어가고 싶은데.. 대학원을 쉬어도 쉼 없이 육아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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