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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Feb 18. 2021

일시적 한부모 가장의 일과

feat 친정의 도움

남편이 스웨덴에 간 지도 한 달 반이 지났다.

학업은 얼마 전에 휴식을 선언했으니, 회사와 육아만(?) 하면 된다.


요즘 일과는 이렇다

7시 20분쯤 일어나 씻고 8시 전에 버스를 타고 8시 반까지 회사에 간다. 친정아버지가 출근 전에 오셔서 애들을 챙겨주신다.


출근길, 8시 15분 알람이 울린다. 그러면 자가진단 앱을 켜서 첫째의 정보를 입력한다

고작 3가지 질문이지만 은근 까먹지 않고 하는게 쉽지 않다

업무를 마치면 집으로 간다.

8시 반 출근 5시 반 퇴근이지만, 시간 맞춰 딱 나가는 적이 많지는 않다.


집에 도착하면 요즘은 1층 친정에서 저녁을 얻어먹는다.


안 올라가겠다는 애들을 열심히 꼬셔서 2층 우리 집으로 가면 같이 장난감으로 놀 때도 있고 공부를 할 때도 있고 tv를 보여줄 때도 있다. 9시가 가까워오면 아이들을 씻기고 잘 준비를 한다.


매일 씻기는 게 힘들어서 격일로는 씻기려고 노력하지만 그 텀이 더 길어지기도 한다. 그러면 선생님이 애들 꼬질꼬질하다고 흉보진 않을까 걱정이 되곤 한다.


자기 전에는 식판도 닦아서 책가방에 넣어주고 내일 있을 옷도 챙겨놔야 한다. 오늘 아침 첫째가 어제 물통이 빠져서 물을 못 먹었단다. 미안.


9시 반~10시 사이에 침대에 누워 아이들이 잠들기를 기다리면 11시가 다 된다. 피곤한 날이면 같이 자고 아니면 자길 기다렸다가 핸드폰을 하곤 한다.


친정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시저 한부모 가장의 일상이다.



남편이 재택근무를 할 때는 어땠을까.


일단 남편이 있으면 등원은 남편의 몫이다. 아침에 애들 챙기기 자가진단 앱, 식판 챙기기 모두.


대신 하원 후에는 모두 나의 몫.

그때는 8시에 출근 5시 퇴근을 했었는데, 애들 자고 있을 때 출근해서 퇴근길에 둘째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다. 첫째는 하원 버스에서 남편이 받아서 집에 데리고 있거나 엄마가 봐주시곤 했다.


집에 돌아오면 저녁을 해서 애들을 먹이고 잘 때까지 씨름. 그동안 남편은 방 안에서 재택근무를 하는데, 애들은 아빠가 집에 있으니 방해를 하고 싶어 했다. 회의를 할 때면 애들을 조용히 시키느라 바빴다. 가끔 남편이 애들을 씻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내 몫이라 늘 억울했던 것도 사실.


나도 일하고 너도 일하는데 왜 나는 퇴근 후 모든 시간이 육아를 하다 끝나는 거냐! 남편은 등원시킨 후 출근 전까지 자유시간이 있는데 그럼에도 거의 청소 빨래는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더 화가 났었다.


지금은 아예 비교대상이 멀리 가버려서, 또는 엄마 아빠가 많이 도와주셔서 오히려 남편과 둘이 볼 때보다 나은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이 건 전적으로 주중의 이야기.


주말은 남편이 있는 게 백배 낫다.

혼자서는 둘데리고 어디 가기도 쉽지 않다.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힘들고.


그래서 요즘은 늘 아이들이 등원하는 날에 휴가를 써서 나만의 휴식을 찾고픈 충동에 휩싸인다.


쉽지 않은 한부모 가장의 일상이지만.. 일단 올해까지만 버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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