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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Dec 13. 2021

바로 옆에 있던 가방을 도둑맞다

내 가방, 그리고 산지 1년밖에 안 된 아이패드 프로..

지난달 지인들과 함께 간 카페에서 백팩을 도둑맞았다.


한 일이 많은 주였는데 늦게나마 생일 축하를 해주겠다는 따뜻한 마음을 거절할 수 없어 나간 모임이었다. 수업은 없었지만, 할 일이 많았던 터라 백팩에 패드를 넣고 약속 전까지 열심히 과제를 했다.


만나서 점심을 먹고 감라스탄을 잠시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시내 중심의 카페. 생일선물이 담긴 쇼핑백에 백팩까지 내 왼편에 둔 채로 오른쪽을 쳐다보며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쇼핑백 옆이 비어있었다.

분명 이때는 잘 있었는데.... 10분 뒤 사진에는 없다..



작년 생일 때 큰맘 먹고 받기로 했던 아이패드 프로와 첫째 태어난 뒤 고민 고민해서 사서 6년까지 같이 늘 함께했던 만다리나덕 에어백.

그 둘이 함께 사라졌다.


다른 유럽에 비하면 치안이 좋은 스웨덴이긴 하지만,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가는 '감라스탄'은 예외다.


그런데 그날은 왜 그랬을까.


왜 백팩을 안 쪽에 놓지 않았으며, 쇼핑백을 정리해서 힘들더라도 백팩에 넣지 않고 둘을 챙기려 했을까, 왜 공부한답시고 패드를 들고나갔을까, 왜 굳이 감라스탄의 카페를 갔을까...


끝없는 후회가 꼬리를 물었다.


우리가 갔던 호텔 로비 카페에서는 경찰에 리포트하지 않는다면 cctv를 보여줄 수도 없고 위치조차 알려줄 수 없단다. 서둘러 근처 경찰서를 갔는데 수요일이라 문이 닫혀있었다. 버스를 타고 간 다른 경찰서에서 나는 전후에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며 건 발생시간을 특정해줬고 (10분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시리얼 넘버도 알려줬다.


그리고 그날 밤 도둑은 아이패드에 접속했고 그다음 날에서야 나는 그 주소를 보게 되었다.


속상함에 잠을 한숨도 못 잤던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수업 가는 길에 그 주소를 보고 다급히 경찰서로 전화를 걸었다. 막연하던 도둑이 선명해 보이는 기분이었다. 한참을 기다리고 두 명의 사람에게 같은 얘기를 반복했지만 큰 소득 없이 내 수사 담당자의 전화번호만 받은 채 30분간의 통화가 끝났다. 몇 번을 걸어도 연결되지 않던 그 전화번호.


도둑의 주소를 메일로 보내고 며칠 뒤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모든 정보는 다 들어와 있고 수사도 시작됐단다. ,

Cctv를 보고 그 주소 근처에 사는 사람이 있다면 찾아서 연락을 줄 거라고 했다.



하지만 지난 금요일, 소득 없이 수사를 종료하겠다는 메일을 받았다.


적극적이지 않은 스웨덴 경찰에도 화가 났고, 잃어버린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지만 별도리는 없었다.


십 얼마를 들여서 들었던 2년짜리 애플케어플러스(보험)는 한국의 경우 도난/분실 커버가 되지 않았다. 프로라서 가격도 비싼데 패드에 십 얼마짜리 아이 펜슬에 보험까지 백 얼마가 그대로 사라져 버린 기분이라니..


그리고 아이클라우드가 다 찼는데 방치해놔서 그려놓은 그림이나 수업 필기들이 모두 다 없어졌다는 데서 오는 허탈함까지..


수사 종료 메일에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지고 나니 더욱 속상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또한 견뎌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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